민주당, 이번엔 '체포동의안 기명 투표' 놓고 내홍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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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위, 이재명 언급 혁신안 제안
비명계 “낙천운동 벌어질 판” 비판
여 “공천 협박 꼼수” 혁신위 공격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5일 오전 충남 부여군 부여읍 정동리 일대 포도 농가에서 수해복구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5일 오전 충남 부여군 부여읍 정동리 일대 포도 농가에서 수해복구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친명(친이재명)·비명(비이재명) 간 계파 갈등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25일에는 당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국회 본회의 ‘체포동의안 기명 투표’를 둘러싸고 거센 파열음이 일었다.

혁신위는 지난 21일 국회 본회의 체포동의안 표결 방식을 현행 무기명에서 기명 투표로 바꾸는 내용을 담은 제1차 혁신안을 내놨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표결 정보 공개는 체포동의안 처리에 대한 의원의 책임을 무겁게 할 수 있으며,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차원에서 공개돼야 하는 정보”라는 이유를 들었다. 이재명 대표도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체포동의안 표결을) 조기에 기명 투표로 전환하는 게 필요하다”라며 “책임정치라는 측면에서 투표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게 필요하다“고 혁신위 제안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비명계는 친명 강성 지지층의 이른바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으로 민주당 비명계를 뜻하는 은어) 공격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조응천 의원은 25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자신은 불체포특권을 포기한다고 밝혔는데 또 기명 투표로 하자(고 한다), 당내 특수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앞뒤가 안 맞는 것 아니냐”면서 “(체포동의안에) 동의한 사람들에 대해 ‘수박’이라고 하면서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낙천운동 같은 게 벌어지지 않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원욱 의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혁신위는 우려했던 대로 ‘성역지키기위원회’로 가고 있다”면서 “기명 투표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올 때 누가 찬성했고 반대했는지 알겠다는 것이다. 동료 의원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에 대해 (동의한 사람의) 이름을 밝히라는 선동”이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도 이 대표의 ‘공천 협박’ ‘방탄 꼼수’라며 가세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책임정치 구현이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이재명 대표) 체포안 표결에 이탈표가 나오지 않도록 감시하는 장치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기명 투표 전환은 강성 지지층에게 좌표를 찍어 야당 의원들 소신 투표를 봉쇄하고, 민주주의 퇴행을 불러올 부적절한 행태”라고 쏘아붙였다. 이철규 사무총장 역시 “‘개딸’들에게 좌표를 찍어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겠다는 후안무치 끝판왕의 행태”라며 “북한 체제 공개 투표와 다를 바 없는 의식을 가진 이재명 대표가 민주주의를 말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맹비난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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