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인재 5년간 2만여 명 유출… 부산, 전국서 가장 심했다
BISTEP, 2017~2021년 현황 분석
세 번째로 많은 졸업생 배출 불구
일자리 찾아 대거 수도권 등으로
화학공학 전공자 78% 지역 떠나
부산이 전국에서 과학기술인재 유출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은 최근 5년 동안 전국에서 3번째로 많은 과학기술인재를 배출했지만, 이들은 대부분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이나 울산·경남 등으로 빠져나갔다.
부산산업과학혁신원(BISTEP)이 25일 발간한 ‘부산시 과학기술 인재 취업이동 특성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동안 부산에서 전국으로 빠져나간 과학기술 부문 대학 졸업자는 2만 8862명에 달한다. 반면 부산으로 유입된 과학기술 인재는 7227명에 불과했다.
BISTEP은 한국교육개발원의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부산 지역의 과학기술 인재 유출 현황을 분석했다. 2017년부터 대학 취업자 자료와 고용보험 자료가 연동된 만큼, 실제 대학 졸업자의 지역 이동 현황이 잘 드러난 최신 자료로 의미가 크다.
부산의 과학기술 인재 순이동지수는 -2만 1635명으로 17개 시도 중 압도적으로 높았다. 전국에서 두 번째로 과학기술 인재가 많이 유출된 경북(-1만 2600명)보다 1만 명가량 더 많아, 격차도 컸다.
문제는 부산이 서울과 경기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은 과학기술 인재를 배출하는 도시라는 점이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부산은 8만 7920명의 과학기술 인재를 키워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더 좋은 일자리를 찾아 타지역으로 떠났다. 부산 내 이동은 36.7%에 불과했고, 수도권으로 31.7%(서울 19.7%, 경기 11.0%), 울산과 경남 등 동남권 다른 지역으로 17.0%가 빠져나갔다.
전공별로 살펴보면, 부산 소재 대학의 화학, 소재·재료, 전기·전자분야 과학기술 전공 졸업자 70% 이상이 취업을 위해 ‘탈 부산’을 선택했는데, 수도권 이동 비율이 가장 높았다. 구체적으로는 화학공학 전공 졸업자의 78.0%, 소재·재료 전공자의 73.3%, 전기·전자 전공자의 70.0%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권역과 비교했을 때 특히 이 분야 전공 졸업자의 수도권 유출이 두드러졌다.
산업 분야 별로는 ICT·SW(정보통신기술) 부문 취업자는 수도권에서 대부분 취업했고, 자동차나 트레일러 같은 완성 제조업 부문 취업자는 울산·경남으로 활발하게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부산이 전통적으로 강점을 보이는 산업 분야인 해양·물류, 엔지니어링 영역에 한해서는 부산으로 인재가 유입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BISTEP 채윤식 선임연구원은 “부산은 대학이 많아 인재를 그만큼 많이 육성해 낸다는 점을 감안해도 전국 시도와 비교했을 때 과학기술 인재의 유출이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박사 후 과정의 고급 인재가 부산에서 머무르면서 연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부산 기업과 연계한 R&D(연구·개발)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정책적 대책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부산대 최재원 공과대학장(기계공학과 교수)은 “기계과만 해도 졸업자의 70% 이상은 질 좋은 일자리를 찾아 대부분 수도권으로 떠나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청년이 정주하면서 일할 수 있는 고급 제조업 일자리 분야인 극한 환경용 반도체와 방위산업 분야를 키우는 데 힘을 쏟아야 하는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