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시아 최초 부산 스타트업 축제 ‘슬러시드’
강석호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동남권 사무총장
부산은 인구가 줄어드는 대표적인 도시로 자주 언급된다. 정부는 정책적인 대안으로 중앙의 공공기관을 부산으로 이전시켰고, 추가 이전을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부산은 어떤가? 우리나라의 많은 자원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면, 부산은 동부산에 주거와 관광, 문화 등 지역 인프라가 편중되어 있다. 부산시청 직원들은 주로 어디에 살고 있을까? 인구 소멸과 유출이 가장 심한 A구의 구청 직원들은 A구에 살고 있을까? 부산 교육 환경의 동서 격차가 심하다고 하는데, 초중고 교사의 대부분은 어느 지역에 살고 있을까? 부산 안에서도 이러한데, 정부 차원에서 수도권 공공기관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수 있다. 이전 뿐만 아니라, 사후 관리가 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지역의 문제와 고민을 주제로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모였다. 2010년 초반 핀란드의 대표 기업 노키아의 몰락으로 핀란드 청년들은 가장 입사하고 싶은 회사를 잃었다. 이후로 알토대학교 학생을 중심으로 창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슬러시’라는 커뮤니티가 만들어졌다. 지금은 세계적인 스타트업 축제로 성장했다. 매년 11월이 되면 전 세계 스타트업과 투자자 등 창업 생태계 관계자들이 헬싱키로 모인다. 이 슬러시에서 작년부터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고자 하는 해외 도시들을 연결하는 ‘Slush’D(슬러시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에서 발빠르게 부산에서 개최하고자 신청을 했고, 높은 경쟁률을 뚫고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선정되어, 지난 6월 29일 부산역 유라시아플랫폼에서 개최했다.
지역 문제 해결을 주제로 진행된 슬러시드10 결선에 10개의 스타트업이 진출했고, 최종 2개 사가 선정되어 오는 11월 헬싱키에서 열리는 슬러시 본 행사에 참가하도록 지원한다. 그 외에도 투자자 밋업, 스타트업 홍보관, 창업가 토크룸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1000명 가까운 참가자들이 전국에서 모였다. 특히, 슬러시 본부가 있는 헬싱키와 슬러시드를 개최하는 해외 도시들에서도 함께 참여해 부산의 창업 생태계를 해외에 알리는 기회로 만들었다.
이번 행사의 중요한 의미를 몇 가지 살펴보면, 우선, 청년 창업가들이 지역 문제 해결에 앞장서서 해법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후배 스타트업을 위한 성장의 기회로 만들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예산 확보를 위해 함께 뛰었고, 스타트업들이 직접 후원으로 참여했다. 또한, 부산상공회의소와 선배 기업들도 큰 힘을 보태주었고, 부산시와 지원 기관들도 함께 했다. 전국적으로 유례없는 지역 창업 생태계의 협력을 보여준 사례가 되었고, 해외 관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지난 7월 19일 제주도에서 열린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 패널토크에서도 최근 부산의 활발한 창업 생태계와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 커뮤니티, 성공적으로 개최된 부산 슬러시드가 좋은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제 첫 단추를 끼웠을 뿐이다. 작년에 슬러시드를 부산에 유치하고, 6개월이 넘는 준비 과정을 거쳐 성공적으로 개최하기까지 배운 것이 있다면, 결과는 누가 대신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화두를 던지고 시작하는 건 오히려 쉽다. 하지만, 협력을 이끌어내고 이견을 좁히고, 때로는 양보를 통해 마지막 결승점을 통과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비를 넘겨야 하는지는 해본 사람만이 안다. 그리고, 혼자 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