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일으키고 사투하는 90분… 삶을 질문하며 우물가에서 춤추다
‘우물가 살인 사건-그곳엔 사람이 산다’
경희댄스시어터 28~29일 공연
프랑스 샹송 중에 ‘누가 할머니를 죽였나요?’가 있다. 정원을 지키기 위해 재개발을 반대하며 투쟁하던 할머니가 희생당했다. 그 할머니를 추모하며 샹송 가수인 미셸 폴나레프가 1971년 부른 노래다.
경희댄스시어터 대표 박재현 안무가에 의해 탄생한 ‘우물가 살인 사건-그곳엔 사람이 산다’도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1940년 일제강점기 양수 확보를 위해 인공 저수지(회동저수지)가 조성될 때 그곳에 살던 주민들은 댐 건설로 마을이 수몰되는 것에 반대하며 격렬히 저항했다고 한다. 그 내용을 무려 90분에 달하는 무용 작품으로 풀어냈다.
박재현은 “부산 금정구에 위치한 회동수원지가 수몰된 마을이라는 역사적 배경에서 영감을 얻어 구상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무용이 비언어다 보니 90분이 지루하게 여겨질 수 있어서 1시간 이내로 압축할까도 생각했지만, 보여주고 싶은 것도 있고, 이야기의 인과관계도 중요하기 때문에 그대로 뒀다”고 설명했다.
작품 주제는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누구나 가지고 사는 작은 우물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며 우물가로 빗대어진 삶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서로 일으키고, 끌어안고, 무너뜨리고, 사투하는 세상을 그리며 고인 우물에서 벗어나면 더 큰 세상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 작품은 지난해 (재)부산문화회관이 선정한 ‘부산공연콘텐츠페스타’ 44개 지원작 중 최종 4개 작품에 들어서 부산시민회관 대극장(2022년 12월 2~3일)에서 초연된 바 있다.
올해는 지난해 초연(31명) 때보다 출연진 숫자는 25명(무용수 13명, 연극배우 12명)으로 줄었지만 각 출연진이 맡은 캐릭터 개개인의 스토리텔링에 집중된 작품으로 심화했다. 6장으로 구성된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25명의 출연진이 각 장(25장)의 주인공을 맡았다. 지난해는 우물가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졌다면 올해는 이야기를 끌어가는 화자로 할머니(박재현 분)가 등장해 안내자 역할을 하게 된다. 장별로 등장하는 춤도 다양하다. 솔로, 듀오, 3인무, 4인무, 6인무, 군무 등으로 표현된다.
경희댄스시어터는 안무가 박재현을 중심으로 2016년 창단된 단체로, 장르의 경계를 무너트리는 현대무용 작품을 통해 개성 있는 움직임과 색을 드러내며 매년 신작을 발표하는 등 활발하게 작업하고 있다. 박재현은 2020년 AK21 국제안무가 육성 경연에서 ‘굿모닝 일동씨-슬픔에 관하여’로 최우수상, 2019년 제28회 부산무용제에서 ‘인어공주를 위하여-편견’으로 안무상과 우수상을 각각 받았다.
공연은 28일 오후 7시 30분, 29일 오후 5시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이다. 출연진은 강경희 강규민 강정희 고유라 김유빈 김재욱 김정은 김지연 김현정 류현희 박광호 박미라 박지현 박태율 방영미 서정애 이나라 이연정 이이슬 이크신 임선미 정인국 최세희 최현주 박재현 등 25명이다. 전석 1만 5000원(사전 예매 25% 할인).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