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경철 ‘황태를 벗삼아’ 가게 대표 “2001년 개점 당시 가격으로… 이웃 사랑 선한 영향력 전파”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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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대 사장 어머니 가르침 이어가
고물가 시대 고통 분담 차원 결정
16년째 홀몸 어르신 중식 봉사도

고물가 여파로 외식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개업 당시로 음식 가격을 낮춘 가게가 등장했다. 이웃을 사랑하자는 마음으로 선행을 꾸준히 펼쳤던 모친의 생전 가르침이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이다.

부산 중구 중앙동 ‘황태를 벗삼아’ 가게는 지난 3월 20일 주력 메뉴인 황태찜 가격을 2인분 기준 1만 9000원에서 1만 5000원으로 4000원을 낮췄다. 1만 5000원은 2001년 가게가 처음 개장했을 당시 가격과 동일하다.

대를 이어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마경철 대표도 처음에는 콩나물, 고춧가루 등 황태찜 재료들의 물가가 계속 오르면서 가격 인상을 고민했다. 특히 핵심 재료인 황태 가격이 오른 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따르면 지난 6월 명태(황태 재료)는 마리당 3835원이다. 지난해 6월 마리당 3329원에 비해 15% 상승한 것이다. 마 대표는 “코로나 때부터 적자가 누적돼 직원도 6명에서 지금은 1명으로 줄였다”며 “재료 가격 상승까지 겹쳐 황태찜 가격을 2만 1000원으로 올리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고민 끝에 오히려 가격을 내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마 대표의 이런 결정에는 모친 고 김복순 씨의 영향이 컸다. 가게 1대 사장이었던 고인은 생전 지갑 사정이 좋지 않은 손님들에게 선뜻 공짜 밥을 내주는 등 선행을 펼쳤다. 마 대표 또한 16년째 중구사회복지관에서 독거노인 중식 봉사를 통해 고인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평소 고인의 ‘이웃을 사랑하라’는 가르침이 이번에 가격을 내린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가게를 찾는 손님들은 고물가 시대에 오히려 가격을 낮췄다는 소식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울산에서 온 박 모(53)씨는 “부산에 올 때마다 여기 가게를 찾는데 음식 가격을 내린 사실은 몰랐다”며 “최근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 모두가 음식값을 올리고 있는데 가격을 내린 경우는 처음 봤다”고 말했다.

걱정스럽다는 반응도 뒤따랐다. 마진이 줄어든 만큼 가게 영업이 위태로워져 단골 가게를 잃을까봐서다. 자주 황태찜을 먹으러 온다는 70대 김 모 씨는 “가격을 낮추니까 부담이 훨씬 줄어들었지만, 대부분 가게가 가격을 올리는 상황에서 오히려 가격을 내리면 남는 게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마 대표는 수익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의 고통을 외면한 채 가격을 올릴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손님들이 가격 부담 없이 맛있게 음식을 먹어 주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마 대표는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이 무엇인지를 생각했고 가게 사장으로서 음식 가격을 낮췄다”면서 “만약 이번 일을 계기로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가격을 낮추는 가게와 소상공인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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