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공직의 무게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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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은 국가와 공공기관의 일을 맡아보는 직책이나 직무를 말한다.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 의원, 시도 교육감 등 선출직을 포함한 공무원을 통틀어 공직자라고 일컫는다. 최근 고위 공직자들 사이에 “직을 걸겠다”는 이가 잇따른다.

친윤석열계 좌장으로 꼽히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우주항공청 설치 특별법 처리를 위해 자신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자리를 걸었다. 그는 이달 23일 정부의 국정과제이자 경남도와 사천시의 숙원인 특별법의 국회 통과에 미온적인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8월 내 특별법을 통과시켜 준다면 민주당이 그토록 원했던 위원장직에서 사퇴하겠다”고 압박했다.

앞서 지난 6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과 관련해 “장관직뿐 아니라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밝혔다. 원 장관은 도로 노선 변경에 대해 민주당이 제기한 김건희 여사 일가의 특혜 의혹을 강력 부인하는 과정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도 고 백선엽 장군을 친일파로 보는 시각을 비판하며 직을 걸고 친일파가 아니라고 얘기할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모든 직을 걸면서까지 청담동 술자리설이 사실무근임을 주장한 바 있다.

이들의 발언이 유사시 정말로 자리를 내놓을 각오에서 나왔다면, 공직을 무거운 책임감이 요구되는 자리로 인식했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만일 진정성 없는 위기 모면 또는 엄포용이거나 내기를 걸듯이 함부로 내뱉은 말이라면, 공직을 깃털만큼 가볍게 여기는 행태다. 아무튼 공직은 지위 고하를 떠나 모두 고유 업무가 있어 각별하고 중요하다. 공직에 국가와 국민, 사회에 헌신하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걸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공직의 무게’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막상 공직자들이 그 무게감을 실제 엄중히 느끼는지 의문이 든다. 대규모 인명·재산 피해를 낳은 올 장마철 수해처럼 대부분 재난이 공무원의 사명감이 결여된 관재(官災)여서다. 그런데도 발뺌, 책임 전가에 이어 꼬리 자르기로 끝나기 일쑤다. 진정으로 가슴 아파하고 책임을 통감하는 고위 공직자가 드물어 희생자 가족과 피해자들을 두 번 울린다. 공직의 무게를 감당할 깜냥도 없으면서 국민이 부여한 특권을 누리며 사리사욕을 채우는 일부 고위직과 국회의원의 모습에 분노하는 사람이 많다. 거칠거나 경박한 언행도 공직의 무게에 어울리지 않는 처신이 분명하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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