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맘 편히 화장실 쓸 수 있는 날, 오긴 하나요…
삼락생태공원 화장실 실태조사
공간 넓고 편리한 곳은 단 1곳
출입문 폐쇄 등으로 불편 가중
전국 곳곳 이동권 보장 시위
편의시설 확충 등 요구 잇따라
부산 지역 장애인단체가 사상구 삼락생태공원 일대 화장실의 장애인 편의시설 이용이 어렵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부산시 낙동강관리본부는 산책로 침수, 화장실 폐쇄 등 이유로 일부 이용을 제한했다고 해명하며, 향후 시설 개선 과정에서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사상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지난달 26일 사상구 삼락생태공원 화장실 17곳의 이용 실태를 조사했다고 26일 밝혔다. 조사에는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 1명과 활동지원사 1명이 함께 공원 일대를 다니며 점검했다.
센터에 따르면 조사를 실시한 화장실 총 17곳 중 장애인 편의시설이 설치된 곳은 13곳이었다. 그 중 리프트가 설치된 화장실 8곳 중 2곳은 작동불량, 정비 상태 불량 등으로 사용이 불가능했다. 경사로가 설치된 화장실 5곳 중 1곳은 출입문이 폐쇄돼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 특히 한 화장실은 리프트가 끈으로 고정돼 이용할 수 없었다. 또 다른 화장실은 경사로를 올라가더라도 화장실 입구를 사슬로 묶어 이용할 수 없었다. 센터는 이 외에도 안전 손잡이 설치 상태가 불량하거나 화장실 공간이 부족해 이용이 불편했다고 밝혔다. 화장실 문 개폐 스위치가 난간 바깥에 위치해 타인의 도움 없이 장애인 스스로 화장실 문을 열기 어려운 곳도 있었다.
장애인 편의시설이 설치돼있고 내부 공간이 넓어 이용이 편리한 화장실은 단 한 곳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센터는 지난해에 이어 여전히 공원에서 장애인의 화장실 이용에 제약이 있다며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부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사상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자체 조사를 벌인 결과, 삼락상태공원의 화장실 16곳 중 10곳이 리프트 시설 부족, 노후화 등으로 이용이 어려웠다. 장애인 편의시설이 설치된 화장실 11곳 중에서는 2곳만 정상적인 이용이 가능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이동권 보장 시위 등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거나, 편의시설을 확충하라는 요구는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 변호사가 수사기관을 비롯해 구치소, 법원 등에 장애인 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심판을 냈는데, 헌법재판소는 청구인이 별다른 구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사상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측은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삼락생태공원 편의시설을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이는 명백한 장애인 차별이다”며 “부산시는 현 실태가 시민들을 위한 친수공간의 역할에 충족하고 있는지 재차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낙동강관리본부는 공원 내 화장실 대부분이 컨테이너 형태이고 노후해 모든 이용객이 불편을 겪는다며, 앞으로 화장실 시설 개선 과정에서 장애인 편의시설을 포함해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센터가 불편하다고 지적한 일부 화장실은 산책로가 침수돼 이용이 어렵거나, 교체 대상이기 때문에 이용할 수 없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낙동강관리본부 관계자는 “출입문을 막은 화장실은 교체 대상이기 때문에 이용을 막아뒀고, (리프트를 끈으로 묶어둔 곳에 대해서는) 화장실 옆 산책로 침수가 빈번해 플라스틱 가벽을 설치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묶었다”며 “현재 공원 내 화장실이 많이 노후화돼 향후 화장실 교체 시 장애인 시설을 포함해 설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