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 41명만 남은 모교, ‘키다리 아저씨’가 지켜줄게” [고맙습니다, 선배님!]
와이엔케미칼(주) 송춘철 대표
아미초등에 2000만 원 기부
교육 격차 대물림 없앨 계기로
전교생 3000명 달했던 모교
지금은 사라질 위기에 처해
후배들 꿈 펼칠 환경 만들어
위축되지 않고 도전할 수 있길
“어린 학생들이 환경에 구애받지 않아야 하고, 교육 기회의 평등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부산 강서구에서 화학제품, 무기(금속)화합물 도소매기업 와이엔케미칼(주)을 운영하는 송춘철 대표이사의 말이다. 송 대표는 교육 격차에 문제의식을 느껴 최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을 통해 모교인 서구 아미초등학교에 2000만 원을 기부했다. 후배인 아미초등 학생들이 건강하게 성장하고 평등한 교육 기회를 보장받게 하려고 전달하는 송 대표의 마음이다.
송 대표가 중고등학교가 아니라 초등학교에 후원금을 전달한 이유는 각별하다. 그에게 아미초등은 학창 시절 추억이 깃든 전부이자 유일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5남 1녀 중 장남으로 초등학교 때부터 아미동에서 살았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그는 중학교를 졸업한 뒤 야간고등학교에 다니며 일을 시작했다.
여러 일을 전전하다 '해 보겠다'는 도전 정신으로 지금의 와이엔케미칼 창업에 이르렀다. 삶의 단계마다 어려움은 있었지만 꿋꿋이 견뎌냈다. 중소기업 대표이사부터 중소기업중앙회 부산울산지역본부 회장을 역임하며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마음 한쪽에는 학업의 아쉬움과 학창 시절의 그리움이 남았다.
송 대표는 "초등학교 때 친구와 장난을 치다 이마가 찢어졌다. 당시 교장선생님이 상처를 직접 소독해 바느질로 꿰매주기도 했다. 아미초등 시절이 이처럼 생생하게 기억난다"며 "추억이 많고 애정이 가득한 학교다. 후배들도 평생 지금의 학창 시절이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아미초등 체육대회에 참여했던 송 대표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아미초등의 전교생은 모두 41명인데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송 대표가 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학년당 학생이 500명 정도였다. 당시 전교생 수와 비교하면 지금은 2%에도 못 미치는 학생이 아미초등에 다니고 있다. 다른 구·군에서 학교에 다니는 학생보다 상대적으로 다양한 교육이나 문화를 접할 기회가 적어 학생은 하나둘 동네를 떠나기 시작했다. 운동장 가득 울려 퍼졌던 학생 웃음소리는 이전보다 희미해졌다.
아미동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송 대표는 누구보다 이러한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다른 지역으로 떠나지 않고 남은 후배를 위해 '키다리 아저씨'를 자처하기로 결심했다. 남부럽지 않게 다양한 교육을 받고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지역 격차, 가구 소득에 따른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을 도우면서 후배의 학창시절을 지켜주고 싶었다.
송 대표는 "부산의 동서 교육 격차는 날이 갈수록 심해진다. 특히 원도심에는 교육, 문화 인프라가 부족하다. 아미동의 경우 예나 지금이나 경제적으로 힘든 사람이 많이 거주하는 것으로 안다. 그래서 다양한 교육과 문화를 접하기 어렵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겠지만 공부를 하고 싶어도 여건이 어려운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후원금을 전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후원금은 저소득층 장학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송 대표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학생들이 여러 외국어를 배울 수 있고 각자가 원하는 전문 분야를 구축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소망했다. 무엇보다 후배들이 실패해도 위축되지 않고, 실패 경험을 갖고 다시 무엇에든 도전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송 대표는 "이번 프로젝트가 교육 격차와 빈곤의 대물림 해소를 위한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 후원금이 조금이나마 후배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후배가 없어지면 선배도 없어진다. 어느 곳에 거주하든 평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 후배가 건강하게 성장해 나중에 사회에서 만나면 이렇게 인사하고 싶다. 고맙습니다, 후배님!"이라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