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느끼는 감동의 근원, 우리 유전자에 새겨져 있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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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우리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면/미셸 르 방 키앵

바다 파란색 보면 호흡 속도 느려져
우주와 인간의 뇌 구조적으로 유사

<자연이 우리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면>. 프런트페이지 제공 <자연이 우리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면>. 프런트페이지 제공

왜 우리는 자연을 보고 감동할까. 그렇게 진화해왔기 때문이다. 자연을 향한 이끌림, 자연을 좋아하는 것은 우리 유전자 속에 새겨져 있다는 것이다. 그걸 ‘바이오필리아’라고 하는데 30만 년 전 지구에 출현한 호모 사피엔스가 자연 속에서 진화하면서 자연을 사랑하도록 적응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불과 200년 전, 아니 50년 전부터 자연의 초록색은 인공의 회색으로 바뀌었다.

<자연이 우리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면>은 숲, 일몰, 별이 촘촘히 박힌 하늘, 푸른 계곡을 보고 감동하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밝히는 책이다. 자연 속에서 더 많이 감동하는 게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숲속 산책은 명상과 맞먹는다. 본질적으로 자연은 자신을 마주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인류 조상부터 누려온 자연의 혜택이다. 프랑스의 한 철학자는 숲속을 걷는 중에 불현듯 영감이 떠올랐다. “뭘까. 아무것도 아닌 것이 전부라고 느껴진다. 덧붙일 말도, 감각도 없다.” 숲속에서는 이완의 부교감신경계 활동이 100% 증가한다. 나무가 내뿜는 피톤치드는 발암세포를 죽이고 면역을 증진하는 엔케이세포의 혈중 함유량을 50%나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단순히 숲속을 걷기만 해도 그렇단다.

산에는 거대한 하얀 침묵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완벽한 무음은 아닌, 일종의 ‘지오포니’인데 주로 바람이 언덕이나 바위, 혹은 나무를 스칠 때 내는 아주 작은 소리다. 음량 10데시벨 정도로 들릴 듯 말 듯 한 소리다. 그걸 시인 발레리는 “침묵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라. 당신의 귓가에 남아 있는 무는 거대하다”고 표현했다. 과학적으로 규명할 때 그 거대한 침묵이 지치거나 예민한 우리를 회복시킨다고 한다.

산속에서나 정원을 가꿀 때 축축한 흙냄새를 맡는 것만으로 심리적 안정감을 느낀다. 땅에 널려 있는 ‘마이코박테리움 백케이’가 체내에 유입되면 뇌에 항우울 효과가 있는 세로토닌을 분비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시에서 흙을 함부로 아스팔트로 덮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

우리는 바다 앞에서도 평화를 얻는다. ‘차원이 없는 무한한 파란색’을 볼 때 혈압 심박 호흡속도가 느려지는 것이다. 드넓은 바다 앞에서 우주와 일체가 되는 신비로운 경험을 하면서 ‘대양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파도의 단조로운 선율도 정신적 안전 초소인 편도체에 휴식을 취하게 한다는 것이다. 새벽의 여명도 좋다. 하늘마저 온통 푸르스름하게 변하는 새벽은 우리가 가장 맑아지는 순간이다. ‘자연이 호흡을 멈추는 듯한 푸른 시간’에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다르게 존재’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별을 응시할 때 나 자신보다 더 위대한 무언가를 내 안에 품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고 한다. 그것은 우리가 별의 먼지로 창조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아는 인간의 뇌는 우주와 경이로운 특성을 공유한다. 1000만 개 뉴런, 수백만km 축삭과 1조 개 시냅스가 연결돼 있는 뇌가 우주와 구조적으로 유사하다는 것은 당연하며 놀라울 따름이다. 그 뇌를 지닌 인간은 밤하늘을 보며 감탄하는 것이다.

반려동물을 쓰다듬는 것만으로 체내 스트레스 호르몬이 줄어들고, 사무실에 식물을 두기만 해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고, 강 바다 호수와 같은 자연의 푸른색은 정신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주고, 걱정으로 지샌 창문 너머로 비치는 새벽 일출은 살아 있으라는 위안을 준다는 것이다. 바람이 불 때도 마찬가지인 고로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는 명 구절도 있는 것이다. 미셸 르 방 키앵 지음/김수영 옮김/프런트페이지/264쪽/1만 6800원.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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