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P' 더 벌어진 한미 금리차… 더 커진 한은의 딜레마
미 연준 기준금리 0.25%P 올려
물가 상승 우려…한미 격차 최대
한은 내달 금리 인상 여부 결정
추경호 “국내 금융시장 안정적”
미국이 26일(현지시간) 시장의 예상대로 정책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했다. 이로써 한국(3.50%)과 미국(5.25~5.50%)의 금리 차이는 역대 최대인 2%P까지 벌어지게 됐다. 2%P로 벌어진 역전 폭은 유례가 없는 만큼 시장에서는 환율 상승과 외국인 자금 유출 압력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만 한국은행과 정부는 “급격한 자본 유출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25~26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5.00~5.25%에서 5.25~5.50%로 0.25%P 올렸다.
미 연준이 금리 인상을 재개하고 나선 것은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거론됐다. 제롬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2% 목표를 향해 내려간다고 확신할 때까지 정책을 계속 긴축적으로 유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상단 기준으로 역전폭이 2%P까지 벌어진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기축 통화국인 아닌 한국의 입장에서는 금리 역전 폭 확대에 대한 부담이 존재한다.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은도 다음 달 24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금리 추가 인상을 고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현재로서는 한은이 금리 인상을 단행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앞서 여러 차례 “한미 금리차에 기계적으로 대응하지 않겠다”고 강조해온 바 있다.
실제 환율이나 자금 흐름은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다. 원·달러 환율은 경상수지 개선 등과 함께 이달 들어 1270∼1280원대까지 내려갔다. 외국인 증권(채권+주식)투자 자금도 올해 2월부터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순유입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5월 초 이후로는 한·미 금리 역전 폭이 1.75%P에 이르렀지만, 5월(114억 3000만 달러)과 6월(29억 2000만 달러) 모두 자금 유입이 더 많았다. 과거 세 차례의 한·미 금리 역전 시기에도 외국인 자금은 빠져나가기보다 채권 투자를 중심으로 오히려 유입됐다.
하지만 미국이 하반기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원·달러 환율이 다시 오르고 주식이나 채권 시장에서 외국인이 돈을 뺄 가능성은 더 높아지게 된다. 이 경우 이달까지 네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한은 금통위원들도 추가 인상을 검토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지난 13일 기준금리 동결 이후 이 총재도 “금통위원 여섯 명 모두 당분간 3.75%까지 오를 가능성을 열어뒀다”며 “아직 미국 연준이 금리를 몇 번 올릴지 불확실성이 크고 그에 따라 우리 외환시장도 어떻게 변할지 봐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도 금통위의 금리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 금리 인상 랠리에 따라 주춤했던 가계대출은 최근 3개월 동안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한은이 한·미 금리차와 가계대출 안정을 명분으로 다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려면 적지 않은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우선 어려운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또 시장에 신용 경색을 불러 제2의 레고랜드·새마을금고 사태나 급격한 부동산PF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한미금리차가 2%P까지 확대돼 불확실성이 다소 확대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도 있지만, 우리 금융시장은 전반적으로 안정된 모습”이라며 ”정부는 한은과 공조를 통해 주요 리스크 요인에 대해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