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협정 70주년에 날 세운 미중… “민주주의 수호” vs “인민 승리”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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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 입장 반영한 기념 메시지 전달
바이든 포고문 발표·유엔 기념 성명
“더 자유로운 세상 위해 목숨 바쳐”
중 관영매체 전쟁 책임 미국에 돌려

6·25전쟁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포고문을 발표한 바이든 대통령. AFP연합뉴스 6·25전쟁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포고문을 발표한 바이든 대통령. AFP연합뉴스

27일 6·25전쟁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주요 국가들이 다양한 메시지를 전했다. 미국과 유엔은 전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한 날이라고 한 반면 중국 관영매체들은 자국의 6·25전쟁 참전을 정당화하는 논평을 쏟아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 시간) 6·25전쟁 정전협정일을 하루 앞둔 이날 포고문을 내고 “오늘 누리는 안보와 안정을 지키기 위해 싸운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을 기리자”고 선언했다. 이어 “그들이 봉사하고 희생한 민주주의 가치들에 대한 우리의 서약을 새롭게 하자”면서 “한국과의 동맹이 계속해서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촉구했다.


그는 특히 “올해는 1950년부터 1953년까지 나란히 싸운 미군과 한국군 장병들이 맺은 부술 수 없는 유대관계인 한미동맹의 70주년”이라며 “이들 애국자는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위험과 결핍을 견디고 전쟁과 죽음을 마주해 극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3만 6000명이 넘는 미군과 7000명이 넘는 카투사 장병을 포함해 더 자유로운 세상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의 희생을 기린다”고 덧붙였다. 미국 대통령은 매년 6·25전쟁 정전협정일에 맞춰 포고문을 냈다. 올해 포고문에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북한을 향한 메시지는 따로 담지 않았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6·25전쟁 정전협정 70주년을 기념하는 성명을 내고 “정전협정은 유혈 사태를 멈추고, 70년간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보존하는 법적 토대 역할을 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한반도는 여전히 분단 상태”라면서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고, 핵 위험이 증대되고, 국제 규범에 대한 존중이 약화하는 가운데 긴장 고조의 위협이 커지고 있다”며 현 상황을 우려했다. 북한을 겨냥해서는 “모두가 평화, 번영, 인권을 누릴 수 있는 한반도의 비전 실현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유엔은 여러분의 변함없는 파트너”라고 회유하기도 했다.

공식 성명에 앞서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도 26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을 방문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북한에 주재하는 중국 외교관들이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느냐’라는 질문에는 “북한과 직접 접촉하는 회원국은 긴장 완화, 외교적 대화와 한반도 비핵화 재개로 이어질 메시지를 전달해주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쇼이구 장관은 북한의 초청에 따라 25∼27일 사흘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해 6·25전쟁 정전협정 70주년 기념행사들에 참석했다.

반면 중국 관영매체들은 27일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6·25전쟁 참전의 정당화를 주장하는 논평을 잇따라 쏟아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날 신문 4면에 ‘정의의 승리, 평화의 승리, 인민의 승리-항미원조전쟁 승리 70주년 기념’이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논평을 실었다. 중국은 한국군과 미군을 비롯한 유엔군을 향해 총부리를 겨눴던 6·25전쟁을 항미원조전쟁이라고 부른다. 미국에 맞서 북한을 지원한 전쟁이라는 의미다.

국수주의 성향의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 ‘미국이 6·25전쟁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계속해서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화살을 미국으로 돌렸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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