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멈춘 오페라하우스, 설계·시공·안전 ‘구멍 숭숭’
시공·감리·부산시 12건 감사 적발
비용 아끼려 자재·작업 무단 변경
설계상 작업 업체 생략해 1억 챙겨
벽체 등 균열 104건 정밀진단 필요
시 자문위 전문가 대신 미자격자로
사업비 급증·완공 지연 불가피
전면부 파사드 공법 논란 등으로 공사가 멈춘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 사업이 시공부터 계약, 안전, 설계 등 총체적으로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파사드 공법 선정을 위해 부산시가 꾸린 자문위원회는 법 기준에 맞지 않게 구성됐으며 임의로 종료되거나 위원들 합의 없이 무단으로 결과가 발표된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부산시 감사위원회가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사업 추진실태 특정감사’를 벌인 결과 시공, 계약·안전, 설계, 자문위원회 운영 등 4개 분야에서 시공사와 감리단은 물론, 부산시에 대해 총 12건의 위법·부당 사항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감사위원회는 관련자에게 징계 3건, 훈계 7건, 주의 8건 등 신분상 조치를 했으며, 21건(주의 11건, 통보 10건)의 행정상 조치도 취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12월 14일 부산시의회가 행정사무감사 결과에 따라 오페라하우스 건립사업 전반에 대한 감사를 요청하면서 특정감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분야별 주요 지적사항을 보면, A사는 옥내소화전, 스프링클러, 연결송수관 등 소방시설을 공사하면서 설계상 배관 이음쇠티 3341개를 발주처 승인 없이 무단으로 전량 삭제하고 다른 배관 3868개를 임의로 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소방 배관 전체를 나사 시공 없이 용접으로 배관을 붙이는 무단 용접을 무자격자에게 하도록 해 시공비를 13억 원의 4분의 1가량으로 줄인 것으로 조사됐다.
기계시설공사를 맡은 B사는 급수·급탕·공조냉난방에 사용되는 스테인레스 강관 7000~1만 곳을 설계와 다르게 특수용접하지 않아 1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사실이 밝혀졌다. 또 벽체와 바닥 등 주요 구조부에서 104건의 균열이 추가로 확인됐다. 지반의 기초말뚝 80%가 해안가 풍화토에 지지돼 있어 부등침하 또는 가로 균열이 발생한 것으로, 이 부분은 향후 건축물 전체의 구조적 문제로 발전할 개연성이 높아 전문기관의 정밀안전진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전달됐다.
또 미등록업체에 불법 하도급을 주고 기계설비공사 벽체 슬리브 설치를 맡겼으며, 작업근로자의 안전 확보를 위해 낙하물 방지망을 2단으로 설치해야 하지만 2021년 8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이를 설치하지 않았던 안전미비도 드러났다. 시 감사위는 관련 설비의 전면 재시공과 시공사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묻도록 요구했다.
아울러 시가 지난해 10월 파사드 공법 검증을 위해 구성한 기술자문위원회도 전문가 대신 행정부시장, 문화체육국장, 시의원 등 미자격자를 위원으로 위촉해 건설기술진흥법을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자문위는 전원 합의로 검증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트위스트 공법을 폴딩, 스마트노드 공법과 함께 검증하기로 했다고 무단으로 발표한 사실도 확인됐다.
한편, 시는 이 세 가지 공법 제안자와 각각 계약을 체결하고 실시설계 및 실물모형 제작을 추진한 뒤 기술심의 등을 거쳐 오는 11월 최종적으로 공법을 확정할 예정이다. 때문에 지난 3월 사실상 중단된 오페라하우스 건립 공사는 올 연말에나 재개될 전망이다. 물가, 건설자잿값 상승 등으로 사업비 또한 2115억 원에서 3117억 원으로 1000억 원가량 증가했다. 공법 결정 지연과 설계 보완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해 완공 시기 지연과 사업비 증가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