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참전용사에 헌정한 ‘영웅의 신발’ 부산서 만들었다
고 이건희 회장 단골 맞춤 신발
특수신발 전문업체 선형상사
용사 64명 일일이 찾아가 제작
부산의 맞춤형 특수신발 업체가 한국전 참전용사에게 헌정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영웅의 신발’을 제작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은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애용한 맞춤형 신발을 만든 전문업체로 참전용사의 발에 꼭 맞는 신발을 전달했다.
국가보훈부 주최로 지난 2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시그니엘 부산 호텔에서 열린 유엔 참전용사 감사 만찬 행사장에서 특별한 신발 전달식이 열렸다. 단상에 오른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무릎을 꿇고 호주 참전용사인 어니스트 홀덴(91) 씨에게 신발을 신겨주며 존경을 표했다. 홀덴 씨는 한국전쟁 당시 실종된 전우를 찾다 지뢰 폭발로 부상을 입어 거동하는 게 편하지 않다.
특별 착화식은 국가보훈부와 전국경제인연합회,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업무협약을 맺어 한국전 참전용사에게 하나뿐인 맞춤형 신발을 제작해서 헌정하자는 의미에서 기획됐다.
신발을 제작한 기업은 부산 남구에 본사를 둔 선형상사다. 맞춤형 신발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업체인데, 특수 맞춤형과 장애인용 신발 브랜드인 ‘도레미’로 잘 알려졌다. 발등이 높은 탓에 기성 신발이 맞지 않아 고생하던 이 회장이 선형상사의 맞춤형 신발을 즐겨 신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을 끌었다.
통상 맞춤형 신발을 제작하는 데에는 최소한 3주가 걸린다. 개인에게 꼭 맞는 신발을 만들기 위해 발을 3D 스캐너로 뜨고 신발 틀(라스트)를 제작하고 가봉을 한 뒤 신발 장인이 손으로 ‘한 땀 한 땀’ 실을 꿰며 만들기 때문이다.
선형상사 백호정 대표는 “참전용사들이 한국에 들어온 지난 24일 직원과 함께 서울 호텔로 찾아가 참전용사 64명의 발을 하나씩 스캐닝했다”면서 “다들 연세가 많아 스캐닝 작업을 하는 게 쉽지 않았다. 참전용사마다 입국 시간도 달라서 거의 밤을 새다시피 해서 발 모양을 뜨는 작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작업 후 바로 부산으로 돌아와 26일 만찬 행사까지 주어진 사흘 동안 홀덴 씨의 신발부터 제작했다. 3주 걸리는 일을 단 3일 만에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직원들과 밤낮 없이 힘을 합쳐 신발을 완성했다.
홀덴 씨가 맞춤형 ‘영웅 신발’을 신자 박수가 쏟아졌다. 백 대표는 “나머지 참전용사 63명의 신발을 열심히 제작하느라 현장에 가지 못했다. 그래도 영상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며 “각각의 발에 꼭 맞는 신발을 완성해서 참전용사가 사는 22개국으로 배송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