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탈탄소와 디지털화라는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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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장

규제 대응 위해 선박 조기 교체
친환경 연료 생산·공급 큰 시장
자율운항선박 관리는 육상에서
부울경 신산업 분야 잘 대비해야

탈탄소와 디지털화(2D)라는 두 가지 큰 변화가 바다 관련 산업을 강타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해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려는 여러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선박에 사용되는 연료를 기존의 화석연료에서 LNG, 메탄올, 암모니아, 수소 등으로 변경해야 한다. 탈탄소화는 다양한 새로운 산업의 기회를 우리에게 제공하고 있다. 통상 선박의 생애는 25년이다. 그런데 탈탄소의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예정보다 더 빨리, 예컨대 15년 만에 선박이 교체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조선소는 건조 물량의 증가로 호황이 온다. 또한 기존의 엔진을 친환경 엔진으로 변경하는 엔진 개조가 필요하다.

현재 전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수소나 암모니아 연료를 사용할 수는 없다. 탄소배출이 여전한 LNG 등을 사용하는 과도기를 거쳐야 한다. 선박이나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 액화시킨 다음 이를 운송하여 바다 깊숙한 곳에 묻는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US)’이 각광을 받고 있다. 액화된 이산화탄소의 운송을 위한 특수선박의 건조가 벌써 활발하다. 조선업에서 세계 1위를 점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큰 기회이다.


무엇보다 친환경 연료의 생산·공급 분야에서 큰 시장이 열린다. 메탄올을 차세대 연료로 선정한 머스크사는 세계 각국에 메탄올 제조공급처와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제조자는 또 해운사와 운송 계약을 체결한다. 선박은 전 세계 어느 항구에 입항하더라도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메탄올 등 연료를 제조하거나 공급지가 된다면 외국 선박의 기항이 잦아지면서 큰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다.

디지털화는 사람의 손으로 하던 작업을 로봇, 인공지능 등을 이용, 대량으로 반복적이자 전자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조선소의 설계나 용접의 일부는 인공지능과 로봇이 이미 처리하고 있다. 그 상징은 자율운항 선박이다. 사람이 타지 않은 채로 바다를 항해, 상품을 실어 나른다는 구상이다. 3단계 자율운항 선박은 사람은 승선하지 않고 완전 디지털화된 각종 장비와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인다. 육상에서 원격조종자가 선박의 이동을 감시하고 언제나 운항에 개입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마치 선장이 육상에서 선박을 조종하는 것과 같다.

그동안 선원이 딸린 채로 선박을 빌렸다면 장차에는 원격조종장치와 조종자를 빌리는 것으로 대체된다. 현재까지는 선원과 선박의 관리를 선박 관리회사가 담당해 왔다. 우리의 경우 이들은 해운회사의 자회사들이 대부분이다. 이제 원격조종장치와 조종자를 조선소가 처리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조선소가 그 선박에 대한 데이터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격조종자는 선박의 항해와 기관 등 선박에 관해서는 물론이고 데이터 과학에 대한 전문가라야 한다. 앞으로의 선박 관리는 조선소와 기존의 선박 관리회사 간의 경쟁이 될 것이다. 우리 선박 관리회사가 대형조선소와 손을 잡고 경쟁력을 갖추어 세계 시장을 장악할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탈탄소화와 디지털화는 우리 외항 상선 1200척이 모두 변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조선소는 호황이면서 해운사는 울상이 되는 흐름이다. 미리 폐선하고 신조를 한다는 의미는 선주인 해운사의 재산권이 국제적인 조약과 법의 강제규정의 실시에 의해 침해를 당한다는 것이다. 전 바다 산업생태계 보호 차원에서 정부를 비롯한 관련자들이 기금 확보를 통해 해운사들의 친환경선박 도입에 대한 제작비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영세한 해운사는 신조선을 건조할 자금이 부족하다. 선박을 소유만 하고 임대하는 선주사를 육성하여 선주사가 선박을 건조하여 운항자에게 임대하는 사업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자율운항 선박의 육상 원격조종자는 다양한 교육을 받아야 할 대상이다. 기존의 선원 교육과 다른 교육제도도 완비되어야 한다. 법과 제도의 정비도 물론 뒤따라야 한다.

대형조선소는 모두 부울경에 소재한다. 수많은 기자재부품 공급업체도 부울경에 있다. 부산항은 지정학적으로 유럽과 미주로 항해하는 선박의 중간지점이라서 선박 연료유 공급(벙커링)의 수요가 많은 곳이다. 선박관리 업체들도 부산에 집중되어 있다. 탈탄소화에 맞춘 신조선 수요, 개조 수요, 새로운 연료의 제조와 공급, 자율운항 선박의 건조, 제3단계에서의 원격조종장치와 조종자를 제공하는 일은 5년 이내에 부울경에 큰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바다산업에서 2D로 제공되는 신산업분야에 대한 기회를 잡기 위해 미래를 잘 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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