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BIFF의 쇄신과 도약을 바라며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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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문화부장

혁신위원회 오늘부터 가동
연말까지 5개월 동안 활동

새 이사장 선임·조직 쇄신 등
현안 해결과 발전 방향 제시

올해 영화제 성공적 개최 중요
역경 딛고 저력 발휘했으면

부산국제영화제(BIFF) 현안을 해결하고 새로운 발전 방향을 제시할 혁신위원회 첫 회의가 31일 열린다. 지난 18일 혁신위원 7명이 발표된 뒤 처음 모이는 것이다. 혁신위원에는 동의대 김이석 영화학과 교수, 영산대 주유신 웹툰학과 교수, 미인픽쳐스 안영진 대표,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방순정 이사장, BIFF 남송우 이사, 부산시 김기환 문화체육국장이 속해 있다. 영화영상도시실현부산시민연대 박재율 대표는 학회 등 해외 일정으로 혁신위 불참 의사를 밝히고 대신 부산YWCA 김정환 사무총장을 추천했다. 박 대표를 대신할 위원은 ‘혁신위원 결원이 발생하면 혁신위가 자체적으로 충원한다’는 원칙에 따라 정해질 예정이다. 이날 혁신위 첫 회의에서는 위원장 선임, 위원 결원 보충, 의제 논의와 향후 일정 정리 등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앞으로 혁신위가 세부적으로 논의하고 결정한 사안은 이사회와 총회에서 원안으로 통과된다. 혁신위는 오는 12월 임시총회 전까지 활동한다. BIFF 쇄신과 도약의 주춧돌을 놓을 혁신위의 역할은 막중하다. 올해 인사 내홍 등을 겪은 BIFF의 누적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비전도 설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5개월이라는 활동 기간 안에 다양한 쇄신책과 발전 방안을 속도감을 가지면서도 밀도 있게 제시해야 한다. 올해 BIFF는 인사 내홍을 시작으로 각종 문제가 불거지며 위기에 놓였다. 지난 5월 신임 운영위원장 임명 이후 집행위원장이 BIFF를 떠나는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이사장은 지난 6월 사의를 밝혔고, 이사회는 운영위원장을 해촉했다.


우선 이번 사태로 공석이 된 신임 이사장과 집행위원장 등 임원 선임을 보다 객관적·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선임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사장과 집행위원장 역할과 권한을 명시하고 인사 투명성을 높이는 정관 개정, 조직 쇄신, 합리적인 예산·회계 시스템 마련 등도 논의 대상이다.

혁신위는 30주년을 앞둔 BIFF가 새롭게 도약할 수 있도록 미래 비전도 제시해야 한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확대 등 급격한 환경 변화 속에서 영화제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재점검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BIFF가 ‘아시아영화의 허브’라는 정체성을 갖고 1996년 출범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정체성이 흐트러져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혁신위원인 BIFF 남송우 이사는 지난 29일 통화에서 “위원들이 아이디어와 지혜를 총동원해서 BIFF의 재도약을 모색하는 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모든 사안을 혁신위 7명의 힘만으로 다 할 수 없다. 재무 등 의제 특성에 따라 전문위원으로부터 자문을 받을 필요가 있다. 라운드테이블, 공청회 등 어떤 형태가 되든지 열린 장을 마련해 여론을 수렴하고 시민이 바라는 전방위적인 혁신 작업도 구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남 이사는 “혁신위가 BIFF의 위기를 기회로 승화해 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고 했다.

혁신위의 순항과 더불어 중요한 것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공적 개최이다. 이런 가운데 BIFF 집행부와 사무국은 지난 19일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난 2개월간 영화제를 둘러싸고 대내외로 불거진 문제가 일단락되면서 영화제 본격적 준비에 나선 것이다.

BIFF는 이달 경영지원실, 홍보실, 프로그램실, 커뮤니티비프실, 대외협력실, 지석영화연구소,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실 등 7개 부서 22개 분야에서 자원봉사자 700명 모집에 나섰다. 특히 준비 상황에서 고무적인 점은 관객 프로그래머 신청 건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BIFF 커뮤니티비프에서 운영하는 ‘리퀘스트 시네마’에 6월 30일 마감 기준 80개 팀이 신청했다. 지난해 59개보다 36% 늘어난 수치다. ‘리퀘스트 시네마’는 관객이 보고 싶은 상영작을 선정하고, 배우와 감독까지 초청하는 등 개성 있는 이벤트를 기획하는 행사다.

BIFF 아시아영화펀드 출품작 수도 총 774편에 달해 지난해 521편보다 약 49% 증가했다고 한다. 아시아영화펀드는 재능 있는 한국·아시아 영화인 작품을 발굴하고, 시나리오 개발과 후반작업 등 체계적인 제작을 돕는 BIFF 지원 사업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영화제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준비가 착착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BIFF는 부산의 자랑이자 소중히 지켜야 할 문화자산이다. 1996년 출범 후 28년간 영화인과 부산 시민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는 물론 세계에서 손꼽히는 영화제로 성장했다. 올해 극심한 내홍을 겪은 것은 서른 살을 앞둔 BIFF가 큰 성장통을 치른 것이라고 본다. 그동안 많은 역경을 딛고 꿋꿋이 이어온 BIFF가 저력을 발휘해 올해 내홍 사태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고 더 높이 도약했으면 한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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