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롤모델’ 통영관광개발공사, 자구 노력도 모범 보일까
13년 연속 흑자 기록 명성 자자
매출 최근 내림세 경영 ‘비상등’
방문 줄고 적자 시설 떠안은 탓
요금 현실화·비용 절감 안간힘
경남 통영시 지방공기업인 통영관광개발공사가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코로나 악재를 딛고 겨우 반등하나 싶었는데, 정작 포스트 코로나에 케이블카 등 핵심 수익시설 실적이 크게 악화되면서 경영환경에 비상등이 켜진 탓이다. 공사는 2023년 상반기 경영실적 점검 결과 올해 다시 적자 전환이 예상됨에 따라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이에 대응하는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고 30일 밝혔다.
통영관광개발공사는 2007년 통영시가 현금과 현물 179억 9100만 원을 출자해 설립했다. 이후 2019년까지 13년 연속 흑자를 냈다. 이는 전국 지방 공기업을 통틀어 유일한 성적표다.비결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란 수식어가 붙은 ‘통영케이블카’ 덕분이었다. 2008년 4월 운행을 시작한 통영케이블카는 매년 탑승객 100만 명 이상을 유치하며 국내 케이블카 산업의 ‘롤모델’이 됐다. 특히 통영시에 한해 30억 원 안팎의 이익 배당을 안기며 타 지자체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런데 이 과정에 통영시로부터 스포츠파크, 수영장, 수산과학관 등 만성 적자 시설을 떠안으며 부담이 커졌다. 그나마 케이블카로 손실을 메우며 흑자를 유지했지만 전남 여수, 남해에 경쟁 시설이 속속 개통하면서 이마저도 여의찮게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9년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에 믿었던 케이블카마저 무너졌다. 그해 누적 탑승객 90만여 명에서 이듬해 43만여 명으로 반 토막 났다. 2021년 42만 명으로 바닥을 찍은 뒤 지난해 56만여 명으로 겨우 반등했지만 전성기에 비해선 한참 모자라다.
‘포스트 케이블카’를 목표로 선보인 어드벤처타워, 모노레일, 디피랑 등 대체 시설 역시, 기대만큼의 반향을 끌어내진 못했다. 결국 2020년 수익 82억 9600만 원에 지출 96억 8200만 원, 당기순손실 13억 8600만 원으로 설립 후 첫 적자를 냈다. 이어 2021년도 8억 1100만 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가 지난해 2억 8386만 원 수익을 내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일상 회복으로 해외여행이 늘고 국내여행은 줄면서 상승세가 꺾였다. 올 상반기(1~6월) 통영지역 주요 관광지 총 방문객은 221만 5534명으로 작년 이맘때 보다 7만 명 이상 감소했다. 이 기간 지역 최고 명소로 손꼽히는 동피랑 유입 인원도 52만 9229명에 그쳤다. 1년 전 63만 172명과 비교하면 10만 명 이상 쪼그라든 수치다. 이 때문에 공사가 관리하는 주요 시설 매출도 계속 내림세다. 같은 기간 통영케이블카 탑승객은 21만 4396명으로 지난해(25만 561명)보다 14% 감소했다. 국내 최대 야간 디지털 테마파크인 디피랑도 지난해 7만 9138명에서 올해 5만 9547명으로 25%나 급감했다. 이대로는 올해도 적자가 불가피하다. 다급해진 공사는 지난 14일과 21일 연거푸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해 현 경영상황을 분석하고 부서별 경영수지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이용요금 현실화를 통한 수익증대와 영업시간 탄력적 운영, 인력 운영 효율화, 시설물 자체 유지보수 등 비용절감 자구안이 제시됐다.
김용우 공사 사장은 “하반기 비상경영체제 돌입과 함께 경상경비, 이벤트성 행사 경비를 줄이는 긴축 경영으로 비용을 절감할 계획”이라며 “임직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고 소통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