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병원 파업 길어지는데 노사 ‘네 탓’만… 환자 “모두 원망스럽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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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병원 파업 18일째

인력 충원 등 쟁점서 계속 평행선
내부 문제 공개로 신뢰도 타격
노조, 불법의료 국감 요청 등 공세
“말뿐인 약속 아니라 단협 명시를”
병원 “의료 복귀 후에 논의해야“

부산대병원 노사가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고 갈등만 표출하는 가운데 병원에 대한 환자 신뢰도 무너지고 있다. 지난 26일 경남 양산부산대병원 외래진료동 1층 로비에서 병원 노조원들이 파업대회를 하는 가운데 양산부산대병원 어린이병원 박수은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부디 어린이환자 곁으로 돌아와 주시길 부탁드립니다’라고 적은 팻말을 들고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대병원 노사가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고 갈등만 표출하는 가운데 병원에 대한 환자 신뢰도 무너지고 있다. 지난 26일 경남 양산부산대병원 외래진료동 1층 로비에서 병원 노조원들이 파업대회를 하는 가운데 양산부산대병원 어린이병원 박수은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부디 어린이환자 곁으로 돌아와 주시길 부탁드립니다’라고 적은 팻말을 들고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대병원 파업이 길어질수록 병원에 대한 환자들의 신뢰도 무너지고 있다. 특히 병원 노사가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고 갈등만 반복하는 형태가 계속 노출되면서, 파업이 끝나더라도 갈등이 원만히 봉합될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30일 부산대병원 파업이 18일째를 맞았다. 부산대병원은 지난 13일 전국보건의료노조 산별 총파업 이후 아직까지 파업을 풀지 않고 있다. 산별 총파업 이후 독자 파업을 이어가던 아주대병원과 고려대의료원도 파업을 종료했지만, 부산대병원만 파업을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병원 노사는 교섭을 이어가고 있지만, 타협점은 찾지 못하고 알맹이 없는 도돌이표 교섭만 이뤄지고 있다.

노사는 파업이 길어지는 이유에 대해 서로를 탓한다. 부산대병원 노조는 “파업 이후 노조는 계속해서 병원장이 참석하는 본교섭을 요구해 왔지만, 병원 측은 온갖 핑계를 대며 실무교섭으로 추진했다. 지난 29일까지 총 10번의 교섭을 진행했는데, 이 가운데 병원장이 참석한 것은 단 두 번이 전부다. 진료 정상화를 요구하는 병원장의 태도가 맞는지 의심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병원 측은 “노조가 병원에서 당장 해결하기 어렵고 받아들일 수 없는 문제들에 대해 즉각적인 답을 요구한다. 우선 파업을 풀고 논의하자고 해도 ‘못 믿는다’는 말만 하니 교섭이 이뤄지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과 노조의 교섭이 타결되지 못하는 이유는 노사가 서로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조는 말뿐인 약속이 아닌, 단협 사항에 명시화하자는 것인데 병원 측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간호간병통합에 따른 인력 충원 등에 대해서는 정부의 구체적인 방침이 아직 발표되지 않아 단협 사항에 적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불법의료행위와 관련해 노조는 근절할 행위와 그에 따른 처벌 등에 대해 명시화할 것을 요구했으나, 병원 측은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며 거절했다. 비정규직 직고용과 관련해서는 병원 측이 전 직원의 의견을 수렴해 8월 말까지 결론을 내자고 제안했으나, 노조는 당장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파업이 길어지면서 노사의 갈등이 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악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지난 25일 노조가 불법의료 증언대회를 진행한 것을 두고 ‘제 살 깎아 먹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내부의 문제를 굳이 외부에까지 속속들이 공개해 병원의 신뢰도를 깎는 행위라는 것이다. 부산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간호사들이 불법 의료라고 주장한 것들은 부산대병원만의 문제도 아니고, 의사 수 부족에 따른 전국 대부분 병원의 문제다. 이를 부산대병원에 해결하라고 닦달한들 병원에서 당장 해결책을 내기도 어려울 것”이라면서 “병원 내부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밖으로 드러내서 환자들의 신뢰도만 떨어뜨린 것 같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환자들의 불만도 극에 달하고 있다. 부산대병원 파업으로 수술이 밀린 한 환자는 “파업이 언제 풀릴지 몰라서 매일 병원 파업 기사를 검색해 보고 있다. 환자 입장에서는 병원이나 노조나 원망스러운 건 똑같다”면서 “특히 의사와 간호사들 사이에 갈등이 점점 깊어지던데, 갈등이 이렇게 심하면 파업이 끝나더라도 환자가 의료진을 믿고 병원에 다닐 수 있겠냐”면서 쓴소리를 했다.

노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투쟁 수위를 더 높일 계획이라 예고했다. 보건의료노조는 31일 부산대병원에서 중앙위원회를 열고 파업 해결을 위한 5가지 특별결의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들은 불법의료 근절을 위한 국정감사 요청 등 2차 행동과 함께, 인력 부족으로 인한 환자 피해 증언대회, 불성실교섭 행태와 부당노동행위 폭로 등을 벌일 예정이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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