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야드는 준비됐다”… 사우디, 부산 캐치프레이즈까지 따라 하나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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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엑스포 새 홍보영상서 공개
한국 ‘부산은 준비됐다’ 복사판
가덕신공항 맞서 자국 장점 부각
4차 PT선 한국 유치전략 모방도
정부 “사우디 조급한 상황인 듯”
“우리 홍보 효과적이라는 방증”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 경쟁에 나선 사우디아라비아가 한국의 ‘캐치프레이즈’까지 따라하고 나섰다. 트위터에 공개된 ‘Riyadh is ready’라는 제목의 홍보 동영상 화면. 이 영상에서 사우디는 엑스포 방문객이 공항에서 엑스포 사이트까지 ‘도시철도’를 이용해 ‘5분 안에’ 도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트위터 캡쳐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 경쟁에 나선 사우디아라비아가 한국의 ‘캐치프레이즈’까지 따라하고 나섰다. 트위터에 공개된 ‘Riyadh is ready’라는 제목의 홍보 동영상 화면. 이 영상에서 사우디는 엑스포 방문객이 공항에서 엑스포 사이트까지 ‘도시철도’를 이용해 ‘5분 안에’ 도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트위터 캡쳐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 경쟁에 나선 사우디아라비아가 한국의 ‘캐치프레이즈’까지 따라하고 나섰다. 한국이 ‘부산은 준비됐다(Busan is ready)’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며 홍보 경쟁에서 앞서가자 사우디는 ‘리야드는 준비됐다(Riyadh is ready)’ 제목의 홍보영상을 공개하며 ‘따라 하기’를 시작했다.

사우디의 리야드엑스포유치위원회는 최근 트위터에 ‘Riyadh is ready’라 제목의 새 홍보영상을 올렸다. 39초 분량의 이 동영상에는 사우디 리야드가 현대적인 대도시로 변화하기까지의 모습을 담았다.

영상에서 사우디는 특히 2030월드엑스포가 “사상 최고로 연결된 엑스포가 될 것”이라며 새롭게 설립되는 항공사 ‘리야드 에어’를 부각했다. 사우디는 국적항공사 ‘사우디항공’(Saudia)에 이어 2025년부터 제2의 국적항공사인 리야드 에어 운항에 들어갈 예정이다. 리야드 에어는 2030년까지 아시아·아프리카·유럽 노선을 주축으로 세계적으로 100개 이상의 노선을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로이터 통신은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가 에어버스 A350 여객기 40대를 주문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가 미국 보잉사로부터 총 350억 달러(약 46조 3000억 원) 규모의 항공기를 구입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으며, 거래 성사가 임박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Riyadh is ready’ 영상에서 사우디는 엑스포 방문객이 공항에서 엑스포 사이트까지 ‘도시철도’를 이용해 ‘5분 안에’ 도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우디는 2030년까지 리야드에 연간 여행객 1억 2000만 명을 소화할 수 있는 킹살만 국제공항 건설도 발표한 상태다. 이는 한국이 부산 엑스포 이동 편의를 위한 수단으로 가덕신공항을 2029년까지 조기 개항하기로 한 전략에 맞서 자국 장점을 부각하는 전략으로 보인다.

홍보 동영상 말미에도 ‘리야드는 오늘 준비가 됐다(Riyadh is ready today)’는 메시지가 담겼다. ‘Riyadh is ready’ 캐치프레이즈에 대해선 부산 캐치프레이즈인 ‘Busan is ready’를 그대로 따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와 2030엑스포 유치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Busan is ready’는 ‘Korea is ready’와 함께 대통령실 내부에서 직접 제안한 캐치프레이즈다. 정부 관계자는 “‘Busan is ready’는 대통령실과 유치위의 논의 과정에서 나온 가장 중요한 키워드”라면서 “이런 것까지 따라 하는 것을 보면 사우디가 조급한 상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우디는 그동안 한국의 유치 전략을 따라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막 도시인 리야드는 그동안 2030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환경 문제를 특별히 강조하지 않았지만 부산이 환경을 전면에 내세우자 점차 환경 문제를 부각했다. 특히 지난 6월 파리에서 열린 4차 경쟁 프레젠테이션에서 리야드는 환경 관련 내용을 상당 부분 반영하며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사우디가 우리 활동에 대한 정보를 많이 입수해서 견제하는 움직임을 보인다”면서 “우리도 가능한 유치 전략을 노출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사우디가 우리 전략을 따라 하는 것은 우리 홍보 전략이 효과적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오는 11월 2030엑스포 개최지 결정을 앞두고 경쟁 국가별 총력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사우디는 중남미와 아프리카 국가 공략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이집트 언론은 최근 중미 국가인 엘살바도르가 사우디의 2030엑스포 유치를 공식 지지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언론도 최근 보도를 통해 콩고민주공화국 대통령이 사우디 방문에서 2030엑스포의 리야드 유치를 지지했다고 밝혔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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