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델타시티 수질정화 첫발부터 삐끗
‘평강천 정비’ 1년 7개월 허송세월
공정 10% 불과 내년 준공 불투명
자연건조 공법에 사업 기간 늘어
하리지구 등 후속 공사 지연 우려
서낙동강 오염토 제거 일정 차질
'서부산 시대'의 필수 조건인 서낙동강 일대 수질 개선 사업이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혀 표류하고 있다. 수질 개선의 첫 사업으로 평강천 오염토 제거 작업이 시작됐지만 1년 7개월가량 제대로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나머지 서낙동강 일대 수질 개선 사업이 순차적으로 지연될 것으로 우려돼 2025년 에코델타시티 입주 전 목표 수질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30일 낙동강유역환경청(이하 환경청)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2021년 12월 착공한 ‘평강천 평강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이하 평강지구 정비사업)’의 공정률은 10%에 불과하다. 지난 1년 7개월 동안 실제 작업일은 시험 준설을 시행한 한 달 남짓에 불과했다. 당초 사업 목표였던 2024년 말 준공은 불투명하다는 게 중론이다.
평강지구 정비사업은 약 80억 원을 투입해 부산 강서구 대저2동과 명지동 일대 평강천 하류 4.3km 구간 64만여㎥를 준설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2021년 공사를 발주했고, 환경청이 이듬해 1월부터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에코델타시티를 관통하는 평강천은 3~4등급 수질로 오염 정도가 매우 심각하다. 한국수자원공사가 물 순환 시스템 구축 등의 대책을 추진하지만 오염토를 제거하지 못하면 제대로 효과를 내기 어렵다. 이 때문에 평강지구 정비사업은 서낙동강 수질 개선의 첫 단추이자 필수 조건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착공하고 10개월 가까이 지나서야 첫 삽을 뜨는 등 사업은 시작부터 우여곡절을 겪었다. 착공 전 문화재청의 현상변경 허가를 미리 받지 않아 이를 마무리하는 데 수개월이 걸렸고, 이후 장마와 태풍으로 계속 지연됐다.
지난해 10월에야 한 달 가량 시험 준설하며 첫 삽을 떴지만, 오히려 더 큰 문제만 확인됐다. 진흙 형태의 준설토를 햇볕에 건조시킨 뒤 반출해야 하는데, 예상보다 훨씬 긴 시간이 필요했다. 하천 준설에서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탈수 과정 없이 자연 건조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설계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또 시험 준설에 투입된 공사비가 예상치의 배 가까이 돼 공사 단가 문제도 불거진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사와 환경청은 준설토 건조장 배수체계 개선, 교반기 추가 투입 등 개선 방안을 검토하지만 건조 방식의 본질적인 변화가 아니다 보니 효과는 미지수다. 또 철새 도래지여서 매년 11월~이듬해 3월 공사가 금지되고, 햇볕에 의존하는 건조 방식이라 기상 변수에 취약하다.
평강지구 정비사업의 표류 때문에 서낙동강 수질 개선 사업 전반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최근 실시설계에 들어간 평강천 하리지구(준설 구간 7.7km) 하천환경정비사업 등 다른 서낙동강 하도 정비 사업에도 같은 공법이 적용될 경우 역시 공사 기간이 상당히 늘어날 수 있다. 서낙동강 일대의 오염토 제거가 늦춰지면 수질 개선 사업 전체가 표류할 수 있다. 에코델타시티 입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025년 쯤에는 서낙동강 일대 수질을 2등급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부산시와 정부의 ‘친수·생태형 수변도시’ 조성 약속은 지켜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낙동강유역환경청 측은 “사업지 주변 에코델타시티 공사장에 건조 작업에 사용할 수 있는 부지가 많고 아직 주거지가 형성되지 않아 민원 우려도 없어 자연 건조를 택했다”며 “건조 과정에서 개선이 필요한 점을 발견해 공법을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