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부동산세제·상속증여세 개편, 내년 총선 이후로 미뤄질 듯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 등 부동산 관련 세제와 상속·증여세의 근본적인 개편 작업이 내년 총선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이후 지속해 개편을 추진해온 과제들이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 상황과 국회 지형, '부의 대물림'에 대한 비판 여론 등에 신중하게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3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국회에 제출할 '2023년 세법개정안'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를 위한 근본 개편안은 제외됐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안은 작년 말 경제정책방향에서 예고한 과제다. 양도세 중과를 다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 보고 이를 조세 원리에 맞게 정상화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정부는 최근 부동산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이번 세법개정안에 개편안을 담지 않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넷째주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보다 0.02% 올라 2주째 상승했다. 지난해 가파르게 하락하던 아파트값은 낙폭을 줄인 데 이어 7월 셋째주에는 1년 6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개편안이 가져올 수 있는 폭발력을 고려하는 모습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시행령 개정으로 내년 5월까지 한시적으로 배제된 만큼, 시장을 더 지켜볼 여지도 있다. '여소야대' 구도에서 개편안이 야당의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기 쉽지 않다는 현실적 고려도 작용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세법개정안 브리핑에서 "일부 남아 있는 다주택자 중과 부분도 개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나,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이는 게 국회 입법 현실"이라면서 "그것을 고려해 올해는 정부안으로 (개편안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초 예고된 단기 보유 주택에 대한 양도세 중과율도 이와 비슷한 배경에서 개편이 미뤄진 모양새다. 정부는 단기 거래에 매기는 양도세율과 관련해 1년 이상 보유한 주택에 대해 중과를 폐지하고 1년 미만 단기간 보유한 주택을 양도할 때 세율을 70%에서 45%로 내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상속·증여세 개편도 올해 국회에 정부안이 제출되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정부는 물려받은 재산만큼 상속세를 내는 유산취득세 도입을 추진해왔다. 전체 유산이 아닌 상속인 개인의 유산 취득분에만 과세하면 상속세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취득세로의 전환을 포함한 개편안을 이르면 올해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세법개정안에 담지 않았다.
국회 역학 구도에 더해 부의 대물림을 촉진한다는 반대 여론을 정부는 신중히 검토하는 모습이다. 유산취득세뿐만 아니라 증여세 공제 한도 확대 등 손봐야 하는 관련 제도가 방대한 측면도 있다. 정부는 계속해 연구 용역을 진행하는 한편, 추가로 여론 수렴을 거친다는 계획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 부동산 세제와 상속증여세 개편은 내년 총선 이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자 감세 등 선거 전 여론을 흔들 수 있는 여지를 차단하는 한편, 국회 역학 구도가 바뀔 수 있는 선거 이후에 세법개정안을 마련해 정기 국회로 가져간다는 것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의 한시적 조치는 총선(4월) 뒤인 내년 5월 9일까지로 시간적 여유가 있다. 다만 선거가 끝난 뒤 개편안이 국회 문턱을 넘기까지는 시간이 빠듯해, 시행령 개정으로 한시적 배제 조치가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
황상욱 기자 eye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