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청, ‘평강천 정비’ 사업비 줄이려다 주요 공정 빼먹었다
탈수공정 누락해 절반 감액 발주
현재 설계로는 공사 난항 우려
업계 “기술적 검토 미진” 쓴소리
비현실적 준설단가 책정도 논란
서낙동강 수질개선 첫 사업이자 장기간 표류 중인 ‘평강천 평강지구 하천정비사업’(부산일보 7월 31일 자 1면 보도)이 실시설계 막판에 사업비가 반토막이 나면서 주요 공정 등이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기관들이 사업비를 아끼려 무리수를 두면서 사업 표류가 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31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하 국토청)은 2019~2021년 2년간 평강지구 정비사업 실시설계 용역을 진행하면서, 전체 사업비를 190억 원 상당으로 추정하고 있었다.
실제 2021년 국토청이 작성한 ‘설계용역 추진현황’ 문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 등에는 추정 사업비가 190억 원으로 기재된 것으로 확인된다. 또 당시엔 자연건조 전 준설토에서 수분을 상당 부분 제거하는 탈수 공정이 설계에 포함돼 있었다.
최종적으로 2021년 6월 10억 원의 용역비를 받고 실시설계를 한 A 사는 사업비 168억 원 상당의 설계를 제출했다. 하지만 같은 해 11월 국토청은 사업비 88억 원에 공사를 발주했고, 순차적으로 입찰과 착공이 이뤄졌다. 이때 탈수공정은 설계에서 빠졌다. 이듬해 1월부터는 물관리 일원화 정책에 따라 사업 관리권이 낙동강유역환경청(이하 환경청)으로 넘어갔다.
이에 대해 국토청은 “남은 자료가 없어 확인되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환경청은 “실시설계 막판에 설계의 경제성 등을 검토하면서 탈수공법을 빼고 적정 단가를 감액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사업지가 에코델타시티 부지라는 특성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공사 중인 에코델타시티 예정지에서 준설을 하는 만큼, 민원 발생 없이 넓은 땅에서 장기간 건조가 가능해 탈수공법이 빠졌다는 것이다.
반면 관련 업계는 공사 발주 직전 사업 규모는 그대로인데 사업비만 절반 넘게 줄어든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2021년 입찰 참여업체가 5곳에 불과한 것도 이런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통상 관급 하천 준설에는 15~20개 업체가 입찰에 참여한다.
탈수공정이 빠진 현재 설계로는 공사 진행이 쉽지 않다는 게 확인되면서, 기술적 검토가 미진한 상태에서 사업비 감축이 이뤄졌다는 게 중론이다. 4대강 사업에 참여한 모 준설업체 관계자는 “이런 공사에서 탈수 과정이 빠진 건 국내에선 전례가 없다”며 “막판에 급하게 공정을 뺄 거였으면, 왜 10억 원이나 용역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준설 단가도 논란이다. 현재 건조 비용 등을 제외한 순수 준설 비용은 ㎥당 3000원 미만으로 추정된다. 막상 준설을 해보니 실제 비용이 이를 훨씬 웃돌아 공사를 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라는 게 시공을 맡은 B 사의 설명이다.
환경청은 국토부의 ‘표준 품셈(공사의 예정 가격을 산정하기 위한 기준)’에 따라 준설 단가가 정해졌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표준 품셈은 여러 가중치를 적용하는 조건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달라지는데, 지나치게 이상적인 조건을 대입해 단가가 크게 떨어졌다는 게 업계의 추측이다. 실제로 2020년 8월 작성된 국토청의 ‘평강천 정비사업 실시설계 용역 준설 및 토처리 공법 검토’ 문건에는 수중 준설 비용이 ㎥당 1만 1000원으로 책정돼 있어, 현재 단가와 큰 차이를 보인다.
B 사 관계자는 “그래도 관급 공사라서 신뢰를 가지고 입찰했는데, 비현실적인 게 너무 많다”며 “준설 단가만 해도 비슷한 다른 현장에선 ㎥당 8000원대 수준이다”고 말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