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내부 통제' 느슨했나…기업은행 김성태號, 경영실적평가 S→A 추락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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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국책은행 경영평가 결과
기업은행, 2년 연속 1등급 실패
횡령 등 부실·감사원 지적 영향
산은 A등급·수은 미정

IBK기업은행 김성태 은행장이 취임 후 첫 국책은행 경영실적평가에서 기대를 밑도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김성태 기업은행장의 모습. 기업은행 제공 IBK기업은행 김성태 은행장이 취임 후 첫 국책은행 경영실적평가에서 기대를 밑도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김성태 기업은행장의 모습. 기업은행 제공

IBK기업은행 김성태 은행장이 취임 후 첫 국책은행 경영실적평가에서 기대를 밑도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횡령 등 잇따른 내부통제 부실과 감사원의 ‘방만경영’ 지적 등이 원인으로 거론되는데 지난해 윤종원 전 행장 시절 '최고등급'을 받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따라 은행 안팎에서는 취임 일성으로 철저한 내부통제를 강조해왔던 김 행장의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 상황으로는 2023년 경영실적평가가 더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다.


1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2022년 금융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에서 기업은행에 A등급을 부여했다. 평가 결과는 S부터 A~E까지 총 6개 등급으로 매겨진다. 등급에 따라 기관장 평가는 물론 임직원 성과급이 달라지는 만큼 해당 결과는 국책은행 임직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기업은행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1등급인 ‘S등급’을 부여받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의 위기 극복을 위해 적극적인 정책금융을 펼쳤기 때문이다. 또 디지털 전환 등 혁신성 평가와 역대급 실적 등도 평가위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받게 됐다. 이는 지난해부터 불거진 잇따른 내부통제 이슈가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은행에서는 성범죄 3건에 은행 재산 사적 이용 사례가 5건이나 적발됐다. 2022년 유독 내부통제 이슈가 많이 발생했는데, 당시 내부 살림을 도맡은 이는 김성태 전무(수석부행장)로 현 은행장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내부통제 부실 등이 경영실적평가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다. 김 행장 취임 이후에도 내부통제 이슈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은행권 직원들의 횡령 건수에서도 기업은행은 1위를 기록했다.


기업은행의 한 직원은 지난 3월 자신의 주식 투자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고객 돈 5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는데, 이는 기업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 해당 직원은 국내 업체가 해외 업체로 송금하는 돈을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는데 기업은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중은행에서는 관련 시스템 등이 있어 해외송금 과정에서는 횡령 사고가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다.


기업은행의 내부통제 부실은 타 국책은행(산업은행·수출입은행)과 비교해서도 문제가 크다. 지난해 9월 금융감독원이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5년간 은행 횡령사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기업은행에서는 10건, 29억 2600만 원의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반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서는 각 1건에 불과했다.


아울러 2022년 9월 감사원으로부터 지적받은 감사 결과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감사 결과 기업은행은 ‘사내 방송제작시스템 구축 사업’ 입찰 과정에서 블라인드 심사를 위해 참여 기업의 업체명을 표시할 수 없도록 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입찰자로 선정된 기업의 불법하도급(일괄하도급)이 인지됐는데도 이를 묵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원에서는 기업은행의 경영실적평가를 두고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행장이 줄곧 내부통제 강화를 강조해왔지만 여전히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본연의 역할인 정책금융을 강화하며 좋은 성과를 거둔 기업은행이 2등급 받은 것은 아쉬운 결과”라며 “잇따른 내부통제 이슈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상황이라면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안좋은 결과를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2022년 금융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에서 산업은행은 지난해에 이어 A등급을 부여받았다. 수출입은행은 기획재정부 등의 평가 등을 추가로 거쳐 조만간 받게 된다. 지난해에는 A등급을 받았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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