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달과 우주…김용화 감독 “‘더 문’ 속 연대와 용서, 관객에게 위로 전하고파”
4K 고해상도 카메라·특수효과
화면 너머 느껴지는 달의 질감
우주 공간에서의 용서와 위로
“살아 숨 쉬는 영화 만들고 싶어”
“삶은 한 번쯤 살아볼 만한 귀한 것이잖아요. 제가 영화로 위로를 받았듯 관객들도 제 영화를 보면서 위로를 받았으면 합니다.”
김용화 감독은 영화 ‘더 문’을 연출한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2일 개봉한 이 작품은 달과 우주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공상과학(SF) 영화다. 김 감독은 사후 세계를 현실감 있게 다뤄 쌍 천만 영화에 오른 ‘신과 함께’ 시리즈에 이어 다시 한번 한계에 도전했다. 광활한 우주를 스크린에 생생하게 옮긴 김 감독을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단독으로 만났다.
김 감독은 충무로 대표 흥행 영화인 중 한 명이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와 ‘국가대표’ ‘신과 함께 1·2’ 등 감독의 여러 작품이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감독은 ‘신과 함께’에서 저승에서의 인간의 용서와 위로를 그린 데 이어 이번엔 우주를 택했다. 예상치 못한 사고로 달에 고립된 우주 대원 ‘황선우’와 그를 구하려는 이들의 필사적인 노력을 그리는 작품이다. 밀도 있는 시각특수효과(VFX)로 한국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던 감독은 이번에도 한국은 우주 SF의 불모지란 편견에 도전장을 냈다. 김 감독은 “창작의 고통은 있지만, 무언가를 뛰어넘었을 때 보상은 더 크게 주어진다”고 했다.
스크린 가득 펼쳐지는 압도적인 시각특수효과는 관객을 순식간에 달로 데려간다. 달의 모습부터 달 표면으로 쏟아지는 유성우, 우주의 중력, 우주선의 내부 등이 수준급으로 구현됐다. 선우가 서 있는 짙은 회색빛 울퉁불퉁한 달 표면에서 느껴지는 달의 질감을 화면 너머로도 느낄 수 있다. 감독은 이번 작품의 전체 촬영과 후반 작업까지 모두 4K 고해상도 카메라를 사용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천문연구원의 자문도 여러 차례 받았다. 김 감독은 “우리나라도 SF를 잘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며 “번역된 논문도 읽고 달과 우주를 다룬 콘텐츠도 많이 찾아봤다”고 설명했다. “캐릭터의 감정과 액션을 잘 버무려서 다이내믹하고 살아 숨 쉬는 영화로 만들고 싶었어요. 상처와 비애의 이야기가 정상이 되어 가는 이야기를 잘 그리고 싶었죠.”
영화의 백미는 주인공들의 감정 서사다. 현실감 있는 우주와 달이 시각적인 재미를 준다면, 인물들이 켜켜이 쌓아 올리는 감정선은 관객에게 울림을 전한다.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고 용서를 구하는 모습이나, 서로를 위로하며 보듬는 장면은 엔드크레디트가 올라간 뒤에도 오랫동안 곱씹게 한다. 김 감독은 “용서를 구하는 용기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며 “‘신과 함께’도 이런 주제로 만들었는데 개인적으로 뭔가 해소되지 않아 이번에 우주라는 공간에서 용서와 위로를 다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영화의 최대 빌런은 달에서 벌어지는 재난 상황”이라며 “어떤 입장이나 상황을 강요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울림을 전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영화 연출뿐 아니라 제작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영화 ‘모가디슈’ ‘백두산’을 비롯해 올해 칸영화제에 초청된 ‘탈출:프로젝트 사일런스’의 제작을 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임교원으로서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감독은 “제게 주신 재능이 있다면 감사한 마음으로 잘 쓰려고 한다”며 “감사하게 생각하면 조금 바쁘지만, 열정적으로 할 수 있다”고 웃었다. 그는 “저 혼자의 힘이 아니라 관객과 수많은 스태프 도움으로 여기까지 왔다”면서 “사회적인 의미에서 제 삶도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겸손한 답변을 내놨다.
김 감독은 자신에게 영화를 ‘위로’라고 했다. 그는 “제가 영화를 보고 만들면서 위로를 받았듯 제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위로를 주고 싶다”고 했다. 감독은 “모두 때가 다르고 소중한 인생을 살고 있지 않나”라면서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는데 이후에 어떤 삶의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내일 당장 일을 그만 두더라도 제게 정립된 이야기를 관객에게 전하려고 해요. 형식과 내용의 조화를 잘 이루는 감독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