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 왜 외면하나
2025년 이후 전동화로 직행
전기차 과도기 소비자 외면
상반기 국내 하이브리드차 판매대수가 전년 대비 35% 가량 증가하는 등 자동차 구매자들의 하이브리드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국산 최고급차인 제네시스가 가솔린 모델만 고집하는 것에 대해 소비자들을 외면한 처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1~6월 내수 판매(국산차와 수입차 포함) 89만 3737대 가운데 하이브리드는 17만 6699대로 19.8%를 차지했다.
이 같은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 판매량(13만 798대)보다 35.1%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엔 내수 80만 7605대에서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이 16.0%였다.
주요 모델의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도 높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 ‘그랜저’의 내수 판매량(6만 2970대) 중 하이브리드는 3만 3056대로 52.5%를 차지했다. 반기 기준으로 그랜저 하이브리드 판매량이 내연기관보다 많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랜저와 동급 세단인 기아 ‘K8’도 올 상반기 하이브리드 판매비중이 63.6%에 달했다. 수입차도 올 상반기 하이브리드 점유율이 31.7%로 지난해 상반기 점유율(28.7%)을 넘어섰다. 가솔린과 디젤, 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두 감소세인데 하이브리드만 강세다.
제네시스의 경쟁 상대는 국산차에는 없고, 주로 수입차인데 이 같은 트렌드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현재 제네시스를 타고 있는 고객들 가운데 연료 효율성을 지적하는 이들이 적지않다.
최근 제네시스 대형 SUV ‘GV80’를 구매했다는 50대 회사원은 “성능과 디자인, 전장 등에선 만족스러운데, 실연비가 L당 6km대로 기름값 부담이 적지않다”고 털어놨다. 제네시스 SUV 구매를 고민중인 한 50대 자영업자도 “차량을 구매하려고 라인업을 봤는데 가솔린뿐이었다. 하이브리드가 있으면 좋겠는데 다소 아쉽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그룹은 제네시스에 대해 오는 2025년부터 모든 신차를 수소·배터리 전기차로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과 유럽이 배터리 원료 수급 문제 등으로 전동화 속도를 늦추고 있는 상황이고, 전기차 시장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상황에서 소비자들을 위한 하이브리드 모델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어 현대차그룹도 다소 유연한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자동차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