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행사에 깔려 죽어버린 공원 잔디… 주민들 ‘한숨’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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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구 아미르 공원 잔디광장
최근 물놀이장 설치 후 훼손
행사 때마다 잔디 ‘몸살’ 반복
“이젠 악취까지” 주민들 눈살

동삼혁신지구발전대책위원회는 부산 영도구청의 무리한 축제 진행으로 주민 친수공간인 아미르 공원이 훼손됐다고 비판했다. 아미르 공원 잔디 광장이 훼손된 모습. 김준현 기자 joon@ 동삼혁신지구발전대책위원회는 부산 영도구청의 무리한 축제 진행으로 주민 친수공간인 아미르 공원이 훼손됐다고 비판했다. 아미르 공원 잔디 광장이 훼손된 모습. 김준현 기자 joon@

지역 주민들의 쉼터인 부산 영도구 아미르 공원의 잔디가 영도구청이 주최한 ‘어린이 물놀이장’ 행사 이후 크게 훼손돼 논란이 인다. 주민 단체는 축제 때마다 잔디 훼손이 반복됐다며 세심하지 못한 지자체 행정을 두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지난달 31일 오후 5시 30분께 부산 영도구 동삼동 아미르 공원. ‘어린이 물놀이장’이 운영됐던 이곳 잔디 관장 곳곳에 자동차 바퀴 자국 등 생채기가 눈에 띄었다. 바로 옆 광장 내부 잔디는 물놀이장 모양대로 회백색으로 변한 채 죽어 있었다. 회백색 잔디가 30m가량 이어져 생기를 띈 푸른색 잔디와 대조를 이뤘다. 주민들은 ‘누더기’ 잔디 광장 모습에 눈살을 찌푸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동삼동 주민 김상철(68) 씨는 “축제로 이렇게 잔디가 훼손될 줄은 몰랐다”며 “이전에는 맡아보지 못한 거름 비슷한 악취도 풍겨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1일 영도구청에 따르면, 영도구청은 지난달 15일부터 28일까지 아미르 공원 잔디 광장에서 2023 썸머 오션 페스티벌 행사 중 하나로 어린이 물놀이장을 운영했다. 오전·오후 이용 시간대로 나눠 최대 200명의 어린이까지 수용할 수 있는 대형 물놀이장을 설치했다.

하지만 영도구청이 물놀이장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주민 친수공간인 아미르 공원의 잔디가 크게 훼손됐다. 물놀이장 하부에 깔린 잔디가 하중을 그대로 받으면서 모조리 죽었다는 것이다.

지역 주민 단체는 구청 주최 축제 때마다 아미르 공원 잔디가 훼손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영도다리 축제’, ‘글로벌 영도커피페스티벌’ 등 잔디 광장에 부스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빈번하게 잔디 훼손이 이루어졌다는 게 지역 주민 단체의 전언이다.

동삼혁신지구발전대책위원회 정창재 위원장은 “축제로 잔디가 훼손될 때마다 구청에 주의를 요구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며 “잔디 광장 인근에 다른 용지도 많은데 굳이 훼손 가능성이 높은 잔디 위에서 축제를 여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영도구청은 ‘2023국제해양영화제’, 푸드트럭 등 다른 축제 예정 부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잔디 광장에 어린이 물놀이장을 설치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지난달 장기간 이어진 폭우로 물놀이장 하부에 물이 고이는 등 배수 문제 탓에 잔디 훼손이 더 심해졌다고 설명했다.

영도구청은 잔디 훼손 상태를 확인하고 하루빨리 복구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축제 개최에 따른 잔디 훼손을 막기 위해 향후 축제 개최지 역시 신중하게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영도구청 관계자는 “물놀이장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대형 차량이 드나들어야 하는 등 어쩔 수 없이 잔디 훼손이 발생했다”며 “최대한 빨리 물놀이장 해체 작업을 마무리하고 잔디 상태를 확인해 복구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아미르 공원은 동삼혁신지구발전대책위원회의 지속적 관심과 노력으로 2012년 7월 탄생한 주민 쉼터다. 길이 600m, 폭 38m 규모의 아미르 공원 넓은 잔디 광장에서 탁 트인 바다를 감상할 수 있어서 많은 시민들이 찾는 친수공간이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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