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랙티브 퍼포먼스’ 도전하는 김남진의 ‘산불’
4~5일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 초연
2020년 호주 산불 모티브로
무용수, 사운드·영상 상호작용
현대무용가 김남진이 또다시 일을 벌인다. 한국 현대무용의 창작 영역을 끊임없이 넓혀 온 그가 이번에는 ‘인터랙티브 퍼포먼스’ 작품을 부산에서 초연한다.
김남진피지컬씨어터·영화의전당이 공동 기획·제작하는 인터랙티브 퍼포먼스 ‘산불’은 4~5일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 공연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 중장기 창작지원 사업(2022~2024) 선정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지난해 12월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에서 쇼케이스로 선보인 후 이번에 완성작으로 초연한다.
인터랙티브 퍼포먼스는 디지털 기술과 예술이 결합한 형태로 무용수와 사운드, 이미지(영상)가 실시간으로 대화를 주고받듯 전개된다. 무용수가 이미지와 사운드를 일방적으로 컨트롤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며 퍼포먼스가 진행된다는 특징이 있다.
김남진은 “무용이라고 하면 단순하게 움직임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현대무용과 서커스, 매핑 영상, 연극 등 시각적인 요소를 두루 아우르는 복합적이면서 입체적인 공연 인터랙티브 퍼포먼스를 시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매핑 영상, 컨템퍼러리 서커스, 현대무용, 연극, 창작음악 등의 다양한 장르를 결합시킨 무대를 연출한다. 또한 퓨전 가야금 라이브 연주를 통해 공연의 몰입도를 높였다.
이번 작품의 모티브는 2020년 호주에서 6개월간 이어진 사상 초유의 산불로 죽어 간 수많은 동물에서 찾았다. 쇼케이스 영상을 잠시 보면 거대한 창고 같은 곳에서 무용수들이 쉴 새 없이 뛰고, 구르고, 버둥거린다. 그리고 차이니즈 폴(중국 장대)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거나 봉을 타고 오르락내리락한다. 새소리 같은 게 들리는가 싶으면 가야금 연주 음악으로 연결된다. 우리 귀에 익숙한 ‘고잉 홈(꿈속의 고향)’도 흐른다. 이 모든 움직임을 이어 주는 제사장 역할로 김남진이 나온다.
“흔히 사람이 죽으면 제사를 지내는데 동물이 죽으면 누가 제사를 지낼까 하는 의문에서 이 작품이 출발했습니다. 저는 이번 작품에서 춤을 춘다기보다는 제사장 역할을 맡았습니다.”
김남진은 태안반도 기름 유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새’(2008년), ‘미친 백조의 호수’(2009), 아이티 지진이 계기가 된 ‘두통’(2010) 등 지구의 심각한 환경 문제에 관련된 연작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이러한 현재 상황이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이 낳은 결과라고 생각하고, 우리의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큰 부담을 우려했다.
이번 작품은 출연하는 무용수도 주목할 만하다. 김남진이 벨기에와 프랑스에서 작업할 때 함께한 아티스트 2명이 내한하고, 서울과 부산의 무용수도 불러 모았다. 출연진은 김남진, 줄리에타 마르틴 데졸레(프랑스), 니다 마르티네즈(벨기에), 이영호, 김선혁, 김찬양, 정다래(부산), 이상훈 등이다. 김남진은 “부산에선 차이니즈 폴 기술을 구사할 수 있는 기예자가 드문데 이번에 해외 아티스트 2명과 서울 아티스트 3명이 보여주는 기교는 기대할 만다”고 덧붙였다.
안무가 김남진은 경성대를 졸업하고 1995년 프랑스로 건너가 코린 란셀, 재키 타파넬 무용단에서 작업하고, 외국인 한국인 남자 무용수 최초로 프랑스 국립현대무용단 중 하나에 렌느(C.C.N.R.B)에 정식 입단했다. 그 후 현대무용의 선두 주자라 할 수 있는 벨기에로 진출해 역시 한국인 최초로 쎄드라베 무용단에서 활동하며 세계 최정상급 안무가인 시디 라르비 세르카위 작품에 여러 차례 출연했다. 귀국 후에는 추상적인 이미지를 벗어나 직접적이고 사실적인 안무로서의 작업을 추구하고, 이에 연극적인 요소를 가미해 우리나라 무용계에 댄스시어터 장르를 새롭게 개척했다.
공연 시간은 4일 오후 7시 30분, 5일 오후 5시. 라이브 연주 등 음악은 최경철(부산가야금거문고앙상블 예술감독 겸 창작국악단 젊은풍류 대표)이 맡았다. 공연을 마친 후에는 안무가가 GV(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시간을 마련한다. 전석 3만 원.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