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박물관장 공채 제도 18년간 일방적으로 운용됐다
6명 2~4년씩 공채하면서
내부 인사 완전 배제
수도권 스펙·독단 운영
조직 사기 크게 저하
부산박물관장 공개채용(개방형 직위) 제도가 18년간 한쪽에 치우친 일방적 운용으로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05년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부산박물관 내부 인사가 부산박물관장에 채용된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18년간 2~4년씩 관장직을 거친 인사가 지금의 정은우 관장까지 포함해서 모두 6명인데 내부 인사의 관장직 채용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4년간 재임한 7대 양맹준 관장의 경우, 부산박물관에서 3년간 학예연구관으로 근무한 전력이 있다는 것이 18년간 관장 6명을 통틀어 부산박물관과 관련한 유일한 경력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수도권 출신 인사를 편중해서 채용해 왔다는 사실이다. 18년간 6명 인사 중 4명이 수도권 출신 인사였다. 1명은 경기도박물관 출신이었고, 3명은 모두 국립중앙박물관 퇴직자 출신(그중 1명은 국립중앙박물관 퇴직 후 경기도박물관장을 거쳤다)이었다. 당연히 수도권 인사면 만사 오우케이냐, 라는 반문이 제기됐고 불만도 터져 나왔다. “부산박물관장 자리가 국립중앙박물관 퇴직자 뒤치다꺼리나 하는 자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왔던 것이다.
과연 부산시가 퇴직자의 국립중앙박물관 스펙에 끌려 채용한 것은 문제 소지가 다분했다. 할 일이 산적한 부산박물관 수장 자리에 퇴직자를 앉혀놓으니 제대로 일을 할 리가 만무했다는 것이다. 이들 퇴직 출신 관장에 대한 세부 평가는 여러 가지이겠으나 대체로 퇴직 이후 2~3년을 그냥 보내고 갔다는 평이 우세하다. 부산박물관장 자리가 수도권 인사들의 퇴직 소일거리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인데, 공개채용제도가 실제 그렇게 맥없이, 실속 없이 운용된 측면이 크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부산박물관 조직을 모르는 인사가 관장으로 올 때는 자칫 무리한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공채심사위를 통해 3명을 추려 올리면 그중 1명을 낙점하는 공개채용제도의 최종 키는 실제로 부산시장이 쥐고 있는 셈이다. 스펙에 기우는 경우도 있으나 실제 내정 인사가 낙점된다는 것이 문화계의 일반적 관측이다. 현재 정은우 부산박물관장 경우는 차점자로 올라갔으나 의외로 최종 낙점된 경우라고 한다. 동아대 석당박물관장을 역임하고 동아대 교수직을 정년퇴임한 그는 2년 임기를 오는 10월 말에 마무리한다.
그에 대한 평 중에는 규모를 갖춘 전문 박물관에 대한 미흡한 경험으로 부산박물관 운영과 조직 관리를 독선적으로 한다는 것이 있다. 부산박물관 리모델링 추진, 국제교류전 폐지 등 일이나 사업을 결정할 때 공적인 논의와 절차를 거르고 진행하는 경우가 많고, 분관 애로와 인사 배치는 아예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실적과 관계있는 본관 위주의 인사와 전시만 과하게 챙긴다는 것이다. 30년 경력의 한 직원은 관장과의 갈등으로 공황장애 판정을 받고 60일간 휴가를 냈던 일도 있었다고 한다. ‘관장 갑질’이란 얘기도 나오는 그의 ‘독선주의’는 인사 난맥, 조직 운영, 사업 결정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있다는 볼멘소리가 있다. “부산박물관이라는 공적 조직이 더 이상 흔들려선 안 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기 일보직전이다. 이와 관련 정은우 관장은 “부산박물관은 저 개인이 사업을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그런 조직이 아니다. 공식적 절차를 다 거쳤다”며 “‘독선주의’ ‘갑질’이란 말은 금시초문이요, 전혀 뜻밖의 지적”이라고 말했다.
여하튼 이런 저간의 사정은 부산박물관장 공채 제도가 지난 18년간 균형감 있게 운영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부산박물관 조직의 사기가 현저히 떨어졌다는 것이다. 공채 제도가 내부 인사를 완전히 배제한 채 모종의 입김도 작용하면서 스펙에 쏠린 결과, 45년 전통의 부산박물관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의 책임 소재 상당 부분은 부산시에 있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