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한 부산 원도심 여행, 밤낮이 즐겁다!
70년대~90년대 물건들 전시해 놓은 ‘추억보물섬’
장난감·잡지·과자·술·게임기 등 추억 속 물건 가득
용두산공원 귀신의 집, ‘안식병동’으로 다시 개장
‘부산 상징’ 부산타워, 부산 정체성 조망할 수 있어
옛날로 돌아가거나 과거, 전통 등을 그리워하고 본뜨려고 하는 것을 뜻하는 레트로(RETRO). 레트로는 과거 같은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동질감과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해주고, 아련한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아울러 동시대를 살지 않았던 이들에게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신선함과 궁금증을 던져 준다. 레트로가 패션, 디자인, 음악, 영화 등에서 계속 유행하는 이유다. 여행에서도 레트로 감성이 느껴지는 여행지는 꾸준한 사랑을 받는다. 부산 원도심에는 부산의 정체성을 오롯이 품고 레트로 감성이 충만한 관광지가 많다. 그때 그 시절을 회상하며 옛날 감성을 제대로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3곳을 다녀왔다.
■옛것 추억 가득한 ‘추억보물섬’
부산 중구 부평동 국제시장에 있는 추억보물섬은 잊고 지낸 어린 시절, 학창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개인 전시관이다. 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사용했던 다양한 물건들이 전시돼 있다. 장난감, 딱지, 스티커, 부정식품, 음료수, 술, 라면, 게임기 등 종류가 워낙 다양해 하나하나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40~50대가 가장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10~20대도 TV에서 봤거나 부모님 세대로부터 전해 들었던 옛 물건들을 볼 수 있는 공간이다.
50평 남짓한 전시 공간에는 추억 속 물건들이 수북하다.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물건이 워낙 많다 보니 찬찬히 둘러보려면 시간이 꽤 걸린다. 구멍 가게처럼 꾸며진 공간에는 화약총과 콩알탄, 파이프 게임, 스프링 목마, 스카이 콩콩, 구슬, 인형, 플라스틱 모델 등 장난감과 놀이기구를 비롯해 옛날 라면과 껌, 과자, 분유, 음료수, 조미료 등 다양한 종류의 먹거리들로 가득하다. 그 옆으로는 음악 시장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카세트 테이프, LP, MP3 등이 진열돼 있다. 다양한 콘솔 게임기들을 보면, 게임 시장의 변천사도 확인할 수 있다. 옛날 방으로 꾸며진 곳에는 흑백 TV가 있고, 교복과 교련복, 보이 스카우트복이 걸려 있다. 주산과 웅변 학원 가방, 영수증 보관대, 미싱 등도 그 시절로부터 타임머신을 타고 왔다. 옆방에는 만화책과 잡지가 책장에 가득 꼽혀 있다. 디지털 시대 도래 전 70~80년대에는 잡지와 만화책이 꽤 인기가 있었다. 부엌처럼 꾸며진 공간에서는 옛날 사용했던 냄비와 솥, 전기밥솥 등을 볼 수 있다. 다이얼식과 버튼식 유선 전화기, 삐삐(무선 호출기), 무선 전화기… 스마트폰 이전의 통신 기기들도 없는 게 없다. 옛날 컴퓨터와 카메라, TV, 오디오 등 다양한 전자 제품, 옛날 담배와 성냥들도 옛 추억 속으로 이끈다. 가장 많은 전시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물건은 술이다. 한국 소주의 변천사를 시기별, 지역별로 볼 수 있도록 전시돼 있다. 옛날 맥주, 군납 소주·양주, 북한 술까지 볼 수 있다.
추억보물섬이 전국의 다른 레트로 전시 공간과 다른 건 체험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물건을 직접(일부는 제외) 만져 볼 수 있고, 교복, 교련복 등을 입고 사진을 찍는 체험(무료)도 가능하다. 물건 대부분은 구매할 수 있다. 옛날 오락기(한 판에 100원) 앞에 앉아 게임도 하고, 풍금도 연주해 볼 수 있다.
여는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평일은 오후 8시까지, 주말(공휴일)은 오후 9시까지다. 입장료는 저렴한 편이다. 입장객에는 ‘쫀드기’ 또는 ‘쫄쫄이’로 불렸던 추억의 간식도 준다. 15년 전부터 추억의 물건들을 수집해 온 김희창(51) 대표는 “지금도 전국 각지에서 수집을 이어 가고 있다”고 말한다. 물건이 늘다 보니 전시 공간이 부족해 계단과 복도, 창고에도 물건들이 가득하다.
■오싹한 귀신 체험 용두산공원 ‘귀신의 집’
어릴 적 부산 중구 용두산공원에는 귀신의 집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분장이나 소품 등이 조잡했고 내용도 시시했지만, 충격과 공포에 떨었던 기억이 있다. 어두컴컴한 통로를 걷고 있으면 발을 잡는 귀신도 있었고, 어깨를 두드리며 깜짝 놀라게 하는 귀신도 있었다. 출구로 나온 뒤엔 친구들과 “발을 잡더라” “어깨를 치더라”며 무용담을 재잘거렸다.
많은 사람들의 추억 한편에 자리하고 있던 용두산공원 귀신의 집이 다시 문을 열었다. 지난달 21일 개장한 귀신의 집의 테마는 ‘안식병동’이다. 치료 목적으로 병원을 찾아온 사람들이 갑자기 병동에 갇히게 되고, 병동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방마다 주어진 미션을 통과해야 한다는 설정이다. 안식병동 건물 외관은 폐병원을 연상시킨다. 만 12세 이상만 이용이 가능하며, 임신부, 노약자, 음주자, 심장질환자, 폐소 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이용할 수 없다는 문구는 입장을 주저하게 만들면서도, 도전 정신을 불러 일으킨다. 입장 전에 주는 건 손전등이 유일하다. 건물 안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손전등에만 몸을 맡겨야 한다. 손전등을 비추며 각 방에 비치된 미션 상자를 찾고, 상자 안의 문제(정답은 숫자)를 풀면 다음 방으로 넘어갈 수 있는 방탈출 게임 방식이다. 방마다 흘러나오는 배경 음악도 괴기스럽다.
방은 총 6개로 주어지는 시간은 15~20분 정도다. 옛날처럼 발을 잡거나 어깨를 잡는 등 신체 접촉을 하거나, 갑자기 나타나는 방식으로 체험객을 놀라게 하는 건 일절 없다. 분장을 하거나 가면을 쓴 귀신이 지나가거나 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정도다. 대신 소품과 분장 기술의 발전으로 사실감은 높아졌다.
운영 시간은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다. 미션 완수를 위해 암호(숫자)를 외우고 있다가 너무 긴장하거나 놀라 까먹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미션을 끝내지 않아도 “살려 달라”고 외치면 언제든지 탈출하도록 해준다. 미션 상자의 위치와 미션 내용은 수시로 바뀐다.
■1973년생 ‘부산타워’와 추억 여행
용두산공원 꼭대기에 자리한 부산타워는 부산을 상징하는 관광 타워로 1973년 건립됐다. 부산에 광안대교나 해운대 마천루 등 많은 랜드마크가 생겼지만, 부산타워는 오랜 세월 늘 한자리를 지켜 오며 예나 지금이나 부산의 상징, 부산 원도심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그동안 재정비, 휴업 등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2021년 비엔그룹이 인수한 뒤 새 단장하면서 원도심 대표 여행 코스로 부활하고 있다. 부산타워 박혜주 캡틴은 “부산타워는 긴 역사만큼 가장 부산답고, 추억이 가득한 곳이어서 많은 분들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타워는 해발 69m의 용두산 정상에 120m 높이로 솟아 있다. 아파트로 치면 60층 정도다. 꼭대기 전망대는 총 2개 층으로 돼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 상층(2층)에 오르면 부산민주공원, 부산항 북항, 부산역, 부산대교, 영도대교, 자갈치시장, 남항대교 등 원도심 곳곳을 전망할 수 있다. 전망대에서 보는 원도심 전경은 낮에도 밤에도 매력이 있다.
새로워진 부산타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는 ‘불꽃 맵핑쇼’다. 오후 8시부터 9시 30분까지 10분 간격으로 진행된다. 프로젝터가 전망대 유리창에 빔을 쏘면 부산항대교와 영도, 부산항 북항 등 전망대 야경을 배경으로 불꽃놀이를 하는 장면이 연출된다. 5분 정도 이어지는데, 저마다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으며 추억으로 간직한다. 전망대 상층에 있는 ‘실감형 전망대’에서는 부산타워에서 볼 수 있는 원도심 조망이 하루 24시간 동안 어떻게 변하는지 타임랩스 촬영(저속 촬영)을 통해 볼 수 있다.
전망대 하층에 있는 AR체험 공간인 ‘하늘을 나는 잠수함’에서 AR체험을 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내려오면 부산의 주요 관광지를 다양한 색으로 나타낸 ‘부산의 색’, 거울과 미디어아트 등을 활용해 부산의 사계절을 표현한 ‘부산의 사계’ 전시 공간과 부산불꽃축제를 주제로 한 포토존이 있다.
부산타워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 부산 시민은 20% 할인 혜택이 있다. 관람 중간중간에 큐알코드가 부여하는 ‘다아이몬드를 찾아라’ 미션을 완수(비밀번호 8자리 완성)하면 간단한 기념품을 받을 수 있다. 글·사진=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