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노인 비하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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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 진 저 늙은이 짐 벗어 날 주오/ 나는 젊었거니 돌이라 무거울까/ 늙기도 설워라커든 짐을 조차 지실까.” 조선 중기 문신인 송강 정철(鄭澈)의 시조다. 늙고 힘없는 노인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연민, 그리고 슬픔이 담겨 있다. 젊고 건강했을 때는 짊어진 것 같지도 않던 작은 짐이 나이가 들어서는 짐은 고사하고 맨몸조차 가누기 어렵고 버겁다. 어디 몸만 그럴까. 마음마저 덩달아 쇠약해진다.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늙어감의 비애라면 비애다.

과거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노인복지 제도가 마련된 현대 사회라고 해서 이러한 늙어감의 비애를 피할 도리는 없다. 옛날 노인이 지혜로운 존재로 공경을 받았던 것은 언감생심이라고 해도, 늙음 자체가 지금처럼 홀대받은 적은 없었다. 노인 인구는 갈수록 급증하고 있는데, 늙음에 대한 배려는 늘 뒷전으로 밀린다. 심지어 조롱당하는 일도 예사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의 노인 비하 발언과 이를 두둔하는 말은 듣는 사람조차 귀를 의심하게 했다.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청년들과) 똑같이 표결을 하느냐”는 아들의 말을 “합리적”이라고 옹호한 혁신위원장이나, 이를 두고 “맞는 얘기”라며 맞장구친 같은 당 의원이나 요즘 말투로 ‘노인 감수성 제로(0)’라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2004년 3월에도 당시 여당의 유력 정치인이 “60, 70대는 투표를 안 해도 괜찮아요. 곧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니까, 집에서 쉬셔도 되고…”라고 말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었다.

정략적인 관점에서 이런 말을 했다면 세대 통합과 조화를 꾀해야 할 정치인의 자격이 없다고 해야 할 것이고, 무심결에 입에서 나왔다면 평소의 사람 됨됨이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인 이전에 일반인으로서 이런 말을 했더라도 몹쓸 사람 취급을 받기 십상이다.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이 같은 몰상식한 말이 아니라도, 요즘 노인들의 마음은 편하지 않다. 노인 인구 비중이 높아지면서 이와 연계된 사회적 비용 지출을 곱지 않게 보는 시선에 신경이 쓰인다. 지하철 무임승차 등 논란이 불거지면 어김없이 노인 문제가 소환된다. “늙지를 말든지, 아니면 돈이라도 있든지”라는 노인들의 넋두리가 들리는 듯하다. 대한민국 노인의 비애라고 해야 할까. 그런데 또 말의 비수를 던진다. 그 상처가 두고두고 가슴을 후벼 판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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