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정치권 동상이몽… ‘55보급창 남구 이전’ 헛바퀴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시 계획 접한 박수영·박재호 의원
“주민 의견수렴 우선” 사실상 난색
엑스포 부지 확보 위해 이전 필수
인센티브 등 설득력 갖춰 논의를

부산 동구 ‘미 55보급창의 남구 이전’과 관련한 논의가 공회전을 반복하는 형국이다. 부산 동구 범일동 미군 55보급창 부지 전경. 부산일보DB 부산 동구 ‘미 55보급창의 남구 이전’과 관련한 논의가 공회전을 반복하는 형국이다. 부산 동구 범일동 미군 55보급창 부지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시가 부산 동구 ‘미군 55보급창의 남구 이전’에 속도를 붙이고 있지만 정치권과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시는 55보급창 이전으로 북항 인접 부지를 확보, 2030부산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와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시가 여전히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지역 국회의원 또한 ‘신중론’을 펴고 있어 논의가 공회전을 반복하는 형국이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시는 최근 부산 남구를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박수영(남갑)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박재호(남을) 의원을 각각 찾아 55보급창 이전에 대한 부산시 안을 제시했다. 시는 보급창 이전 유력 대상지로 남구 용당동 신선대 부지를 꼽고 있다.

현재 부산 동구 범일동 자성대 부두 근처에 있는 55보급창은 면적이 22만 3000㎡(6만 7500여 평)에 달한다. 엑스포 개최를 위해 넓은 면적의 부지와 동선 확보가 필요한데, 55보급창이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됐다. 55보급창 부지는 부산 북항과 부산 서면 도심을 잇는 사실상의 교두보 역할로, 부산엑스포를 위한 필수 확보 부지로 꼽힌다.

시는 최근 두 사람을 만나 이전 관련 인센티브 안을 제시했지만, 의원들과 이견을 좁히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의원 모두 남구 주민 의견수렴을 우선 순위로 꼽았다는 후문이다. 실제 보급창 이전의 경우 세수 확보 등 지역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고 기피 시설로 분류되는 군 부대 시설인 탓에 논의만 10년 넘게 끌어온 문제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될 경우 민심을 건드릴 ‘뇌관’으로 부상할 수 있어 현역 의원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박수영 의원은 “시에서 여러 안을 제시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지는 내용들이어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며 “엑스포와 연계돼 대승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겠지만, 실질적인 대안과 지역민 의견수렴이 기반되지 않으면 남구 이전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재호 의원도 시의 55보급창 이전 논의가 섣부르다는 입장을 보였다. 박 의원은 “시에서 55보급창 이전과 관련해 접촉해 오고 있지만, 엑스포 유치국이 선정되기도 전에 예민하고 민감한 사안 논의에 속도를 붙이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주민 의견수렴이 전제돼야 논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무엇보다 시 제안이 설득력이 약했다는 점이 논의 진척을 막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 부산이 2030엑스포를 유치한다면 이전 문제가 훨신 수월하게 풀릴 수 있다는 긍정론도 있다. 2030엑스포를 성공적으로 치르려면 서면 등 도심과 북항을 잇는 55보급창 부지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선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신선대가 55보급창 이전 부지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시가 현재 유력 이전 대상 부지 중 한 곳으로 꼽고 있다”며 “충분한 숙의를 거쳐야 하는 만큼 여러 경로와 절차를 밟아 논의를 이어 가겠다”고 말했다.

지역 정치권에선 내년 총선 때 남구 합구 가능성이 있는 만큼 현역 의원들이 55보급창 이전을 받아들이는 데에 더욱 까다로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남구가 합구될 경우 경쟁하게 될 양측 의원 입장에선 55보급창 이전에 대한 남구 주민 민심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라며 “시가 확실한 지역민 인센티브나 제도적 뒷받침을 만들고 이전 논의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