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공원 일대 주 출입구·동선 손질… 추모 공간 의미 강조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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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평화문화공원 밑그림 어떻게

5~6개 진입광장·주차장 등 신설
주변 시설물 리모델링 사업 착수
부산박물관 현 주차공간 지하화
문화회관 식별·시민 접근성 제고
배움터 등 복합문화허브로 탈바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계획도
전범기 논란 유엔군 기념탑 재정비

한국전쟁 당시 전사한 유엔군 유해를 안장했던 유엔묘역은 1951년부터 조성이 시작됐고, 이후 1959년 유엔기념묘지로 명칭이 바뀌었다. 지금의 틀을 갖춘 유엔기념공원은 1971년 만들어졌고, 1978년 인근에 부산박물관이 개관하고, 유엔기념공원 주변을 둘러싼 부지에 대연수목전시원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유엔평화로를 사이에 두고 있는 부산문화회관은 1988년 세워졌다. 이후 2001년 유엔조각공원, 2005년 유엔평화공원 등이 만들어졌고, 가장 최근인 2014년과 2015년에 유엔평화기념관과 일제강제동원역사관이 각각 문을 열면서 이 일대는 이른바 ‘유엔평화지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조성된 지 올해로 72년을 맞은 유엔묘역은 어느새 부산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압축하는 공간이 됐다. 전쟁 반대와 평화, 화해와 치유, 화합의 가치를 넘어 2030세계박람회 부산 유치 활동과 맞물려 ‘부산 이니셔티브’를 실천하는 돌봄과 나눔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유엔묘역을 세계평화문화공원으로 새롭게 가져가야 하는 이유가 생긴 셈이다.


2일 부산시와 남구청에 따르면, 세계평화문화공원은 추모 공간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신선로 방향에서 시작해 유엔묘역으로 연결되는 상징축을 중심으로 주 출입구와 동선을 확 바꾸는 계획이 핵심이다. 현재는 유엔평화로 방향에 주 출입구가 위치해 있다. 신선로 방향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평화공원을 시작으로 기념공원을 거친 뒤 유엔묘역으로 들어서는 동안 이용객들이 단계별로 자연스레 추모의 과정을 경험하는 방식이다.

또 주 출입구 외에 5~6개의 진입광장을 신설하고, 기존에 없었던 평화공원 주차장을 만들어 이용객 편의를 높인다. 주변 인프라를 활용한 문화교육코스, 건강산책코스 등을 만들어 시민들이 참여하는 여가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시는 장기적으로 세계평화문화공원을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들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할 계획이다.

유엔기념공원 주변 시설들의 리모델링 사업도 시작됐다. 부산박물관은 지난 5월 말 시설개선 기본계획 수립용역을 완료하고, 문화체육관광부의 사업 승인, 재정 심사, 공유재산심의 등의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부산박물관은 현재의 주차공간을 지하화하고 그 위로 광장을 조성하는 내용의 리모델링을 계획하고 있다. 용역안에 따르면, 동래관 1층과 유엔로터리 방면에서 내려오는 계단의 단차가 3m가량 돼 이곳을 덮어서 하나의 광장으로 만들고, 그 아래에 지하주차장을 둘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광장이 훨씬 넓어지고 주차 공간도 30~40대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 복합문화센터 외벽에 미디어월을 설치하고 중정과 진입광장에 석조 정원을 만드는 내용도 눈에 띈다.

유엔평화로를 두고 유엔기념공원과 마주한 부산문화회관은 ‘부산문화회관 정면화 등 유엔평화로 활성화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지난 1일 시작했다. 유엔평화로의 생태터널(문화지하차도)로 인해 부산문화회관에 대한 시민들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식별하는 데도 어려움이 큰 탓에, 터널을 걷어내고 유엔평화로 인접 부분에 문화 거리 또는 광장을 조성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효과적인 연결 동선을 만들기 위해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를 만들고 배움터·창작연습공간·평화나눔마당 등 시민들을 위한 복합 문화허브공간으로 꾸민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유엔교차로 입구에 위치한 유엔군 참전 기념광장도 시민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시는 지난달 5일 유엔군 참전 기념광장 조성사업 용역을 완료하고 3억 3000만 원을 들여 다음 달 공사에 착수해 오는 11월 준공할 계획이다. 기념광장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쉴 수 있도록 식재를 바꾸고 야간경관조명을 설치해 휴식형 광장으로 만든다. 또 광장 중앙에 세워진 유엔군 참전 기념탑도 손질한다. 2019년 상공에서 기념탑을 내려다볼 때,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전범기(욱일승천기)와 닮았다는 논란이 빚어져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유엔 참전국 16개국을 뜻하는 16개의 기둥 조형물이 불필요한 오해를 부른다는 건데, 시는 더 이상 친일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기념탑을 재정비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국가보훈부 주도로 유엔기념공원 일대에 전쟁기념관 부산 분관을 유치하고 유엔글로벌평화센터를 건립하는 사업계획 등이 논의되고 있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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