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 구조는 괜찮을까요” 무량판 공포 확산
온라인 부동산 카페 사진 게시
무량판 판별 방법까지 등장
“낙인 찍히면 집값 하락” 입단속
국토부 전수조사도 ‘점검 한계’
준공 후 시공 과정 확인 불가능
학계 “공법보다 설계·시공 문제”
기술 등한시한 건설업계 성토도
“아파트 주차장 사진 좀 봐주세요, 무량판 구조가 맞나요?”
LH발 ‘순살 아파트’ 파문이 확산되면서 부산에서도 갓 입주했거나 입주를 앞둔 신축 아파트 주민이 불안에 떨고 있다. 온라인 부동산 카페에 실거주 중인 아파트 사진을 올리며 무량판 구조가 맞는지 묻거나, 입주를 앞둔 아파트에 무량판 구조가 적용됐는지 문의하는 게시물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사진으로 살고 있는 아파트의 무량판 도입 여부를 판별하는 방법까지 인기 게시물로 올라오는 촌극이 펼쳐지는 중이다. 연말까지 아파트 매수를 준비 중인 A 씨는 “가뜩이나 부동산 시세나 대출에 대한 지식도 부족한 데 이런 사태까지 터지니까 혼란스럽다”며 “알아봐야 할 게 많은데 하다 하다 아파트 구조까지 공부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무량판 아파트로 낙인찍혀 재산상 손해를 보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는 이들도 있다. 초등생 자녀를 둔 B 씨는 “‘무량판 아파트’니 ‘순살 아파트’니 해서 한 번 낙인이 찍히면 집을 팔 때까지 시세 회복이 안 될까 봐 학부모들끼리도 괜한 농담은 삼가고 있다”고 전했다.
■부산, LH표 무량판 없지만…
시민들의 불안은 부산시가 지역 48개 무량판 구조 건축물에 대한 전수조사를 마치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진정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부산에 LH발 ‘순살 아파트’는 없지만, 시의 조사 과정에서 민간 사업자가 시공한 아파트나 건축물에서 LH와 마찬가지로 보강 철근이 누락된 설계가 나오거나 하중 계산이 잘못된 도면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당국이 LH를 상대로 진상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설계뿐만 아니라 시공과 감리 등에서 줄줄이 크로스체크가 이루어지지 않은 정황이 확인됐다. 그간 현장 인력 부족에 시달려 온 중소 건설사가 시공한 아파트를 중심으로 불안감이 높아간다.
국토부의 전수조사 방침에도 불구하고 준공을 마친 아파트는 점검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면을 통해 보강 철근 누락 등은 부실한 설계는 진단이 가능하다. 그러나 시공 과정에서 누락된 철근이나 부적절한 콘크리트 타설 등은 마감재를 뜯어내는 대대적인 검사 외에는 확인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입주까지 마친 아파트는 사실상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함부로 검사하겠다고 덤벼들 수는 없다”며 “특히 집값까지 물린 문제기 때문에 자체 정기점검에 문제가 없었는데 왜 그러느냐는 식으로 예민하게 반응할 수도 있어 점검 수위 등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건축학계 “공법 아니라 부실이 문제”
건축계에선 LH발 ‘순살 아파트’ 사태에 대한 불신은 이해하지만 공법 자체를 놓고 확산되는 공포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분위기다. 사태 핵심은 LH가 전관이 세운 무자격 업계에 설계를 발주하면서 발생한 무량판 보강 철근 누락이다. 정상적인 설계와 시공이 이루어지면 문제가 없는데 엉뚱하게 무량판에만 집중하고 불안감을 호소하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대들보와 기둥을 같이 사용하는 라멘 구조와 기둥을 주로 사용하는 무량판 구조는 현장에서 병행 사용 중이다. 기둥이 주거 공간까지 들어오는 단점이 있지만 무량판 구조는 시공이 빠르고 입주 후에도 층간소음 방지 면에서는 라멘공법보다 탁월하다는 평가다.
보강 철근 누락 외에도 콘크리트 재료의 품질 관리가 안 됐을 가능성도 높은 만큼 이를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대 홍성걸 건축학과 교수는 LH ‘순살 아파트’ 사태는 복잡하게 얽힌 부실 사례라고 진단했다. 시공 하중을 계산하지 않고 철근을 빼먹은 설계에 콘크리트 품질 관리에도 허점이 있어 보이고, 무엇보다 이 모든 과정을 책임질 현장 기술자 확보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