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시계는 왜 더딘가 [남형욱의 오오티티]
D.P 시즌 2가 지난달 28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시즌 1은 안준호, 한호열 두 주인공의 환상적인 ‘케미’ 아래 ‘군탈 체포조’의 활약을 그리며, 수사물과 버디물로서 훌륭한 평가를 받았다. 동시에 드라마가 묘사한 군대 내 부조리와 가혹행위, 잔인한 폭력은 많은 남성에게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불러일으키며 화제를 모았다. 시즌 2는 더 ‘딥’해졌다. 군이라는 ‘어떻게 해볼 수 없는’ 거대한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부각한다.
이야기는 김루리 일병의 총기 난사 사건을 전면으로 내세운다. 시즌 1의 메인 에피소드는 2014년 선임들이 후임을 집단 구타해 죽음에 이르게 한 ‘윤 일병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시즌 2는 같은 해, 따돌림과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부대에서 총을 난사하고 탈영한 ‘임 병장 사건’을 김루리에 덧씌워 다룬다. ‘참으면 윤 일병, 못 참으면 임 병장’이라는 말을 남긴 우리 군의 가장 아픈 부분을 차례대로 건드리는 셈이다.
시즌 1은 두 주인공과 탈영병 개인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시즌 2는 폭력과 부조리를 배양하는 군이라는 철옹성과 그 성에 균열을 남기려는, 안준호의 말처럼 ‘뭐라도 해보려는’ 발버둥을 담았다. 개인의 일탈이 아닌 구조적 문제에 초점은 맞춤 셈.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그 주제 의식이 선명히 드러난다. 김루리 일병의 총기 난사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가리는 재판을 메인으로 내세우면서다.
총기 난사 에피소드는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는 아이러니가 극에 달한 상황이다. 법정에서 증인으로 나선 D.P 담당 간부 임지섭 대위는 묻는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모인 이들끼리 죽고 죽이는 일이 발생했는데, 나라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 증거가 없다? (중략) 그들은 무엇을 지키기 위해서 군인이 됐는가?’ 라고. 극의 주제를 압축한 질문을 던진다.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고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 대한민국 헌법 34조’ 시즌 2 마지막 에피소드의 오프닝 자막이다. 사건의 책임은 '국가'와 '군'에 있다고 정조준하는 셈. 결국 재판부는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다.
고증 오류와 드라마적 상상이 가미된 결말이지만, 여전히 D.P 시즌 2는 날이 서있다. 드라마의 배경은 ‘윤 일병·임 병장 사건’이 일어난 2014년이다. 현실을 보자. 집중호우로 실종자를 찾으러 대민 지원을 나간 해병대 채수근 일병이 물살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다. 간부들은 구명조끼조차 지급 안 했다. 이유를 묻자, 매뉴얼이 없다는 말로 책임을 회피한다. 포상 휴가라는 당근을 내걸어 수색을 독려했다는 의혹도 있다. 군은 발견자의 심신 안정을 위해서였다는 말로 책임을 부인한다. 군은 여전히 변한 게 없다. 왜 발전이 없는가. 10여 년이 지났지만, 왜 국방부 시계는 이렇게 더딘가.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