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문’ 도경수 “특수 와이어 달고 무중력 상태 연기 쉽지 않았죠”
달에 고립된 탐사선 대원 역할
흰색 우주복을 입은 한 남자가 지구의 교신을 기다린다. 달에 고립된 그의 눈빛에는 공포와 불안, 그리고 어딘지 모를 결연함이 느껴진다. 영화 ‘더 문’ 속 주인공 선우의 얼굴이 스크린 가득 비치면 관객은 순식간에 우주로 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배우 도경수가 우주인이 됐다. 영화 공개 이후 선우의 복합적인 감정을 다층적으로 잘 그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우의 눈빛와 표정만으로도 절박한 상황에 놓인 인물의 감정을 관객에게 잘 전달해서다. 새 옷을 입고 관객을 만나고 있는 도경수를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도경수가 그린 선우는 특수부대 출신으로 달 유인 탐사선에 몸을 싣는다. 높은 임무 수행력과 결단력, 강인한 정신력을 가진 인물이다. 극한 상황에서도 아버지와 동료, 나라를 잊지 않는 모습도 보인다. 아이돌 그룹 엑소 멤버의 모습도, 전작에서 보여준 군인이나 탭댄서의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도경수는 “군대에 있을 때 이 작품의 대본을 받았다”며 “영화 ‘신과 함께’에서 함께 했던 김용화 감독님의 작품이라 함께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스크린 속 선우는 달 탐사선 속에서 달 위에서, 우주에서 고군분투한다. 주요 무대가 지구 밖인 만큼 무중력 상태를 연기한 게 눈에 띈다. 놀랍게도 도경수는 실제 무중력을 체험할 수 있는 보조 장치나 특수 효과를 사용하지 않고 상상만으로 몸의 움직임을 표현했다. 도경수는 “우주인들이 훈련하는 다큐멘터리를 많이 봤다”며 “진짜 우주인들은 물속에서 호흡기를 차고 훈련하시던데 그럴 때 움직임이나 유영하는 모습을 많이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수준급으로 구현한 우주선과 현실적인 우주복, 현장의 검정색 크로마키 등은 도경수를 우주로 데려다줬다. 그는 “우주선 안에 들어가면 정말 갑갑했다”며 “큰 옷을 입고 헬멧을 착용하면 시선도 제한되던데 그런 게 몰입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도경수는 “다행히 멀미는 안 하는 편이라 멀미는 안했다”며 “조명으로 태양 빛만 내고 사방이 다 블랙이었다”고 말했다.
와이어 액션에도 힘을 썼단다. 도경수는 “5~6줄의 특수 와이어를 달아 무중력 상태를 연기했다”면서 “여러 사람과 합을 맞춰야 해서 쉽진 않았다”고 회상했다. 몸을 써야 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가수 활동을 해온 게 도움이 많이 됐다고 했다. “외국어로 노래를 부를 때 의미를 잘 모르니까 발음을 외워서 부른 적이 있어요. 작품에서 우주 용어를 외울 때도 달달 외웠죠. 아무래도 춤을 보고 따라 하고 외우는 훈련을 계속 해서 그런지 와이어 연기를 할 때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던 것 같아요.(웃음)”
차기작은 대만영화 리메이크작인 ‘말할 수 없는 비밀’이다. 도경수는 “본격 액션이나 코미디처럼 도전해보고 싶은 게 많다”며 “가장 고르고 싶은 건 장르와 상관없이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라고 했다. “모든 경험이 순탄하게 쌓여 지금의 제 모습을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연기가 여전히 너무 재미있어요. 그 재미 요소들이 저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