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안전한 원전 계속 운전, ‘이청득심’ 자세로
중국 논어에 이청득심(以聽得心) 이야기가 있다. '듣는 것으로 마음을 얻는다'는 뜻으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귀 기울여 경청하는 자세가 서로 간의 관계에 신뢰를 쌓아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지혜라는 교훈이다.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는 원자력발전소의 계속 운전을 추진하는 입장에서 이 문구를 새삼 되새겨 본다.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계속 운전에 대한 경청과 신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최근 고리원자력본부는 고리 3·4호기 계속 운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산시, 울산시, 양산시 등 13개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네 차례의 공청회를 진행했다. 원전 계속 운전 시 방사선 환경 영향과 그 안전성에 대해 전문기관의 오랜 검증 결과와 평가 내용을 잘 설명했고, 주민들도 여러 가지 질의와 건의를 통해 상호 이해와 공감대를 넓히는 소중한 소통의 자리가 되었다.
주민들은 설계 수명이 완료된 발전소가 계속 운전을 하게 될 경우 주변 지역 환경에 미치는 영향, 동일한 노형의 해외 원전 계속 운전 사례, 쓰나미와 같은 극한 재해에 대한 대비, 발생하는 폐기물 종류와 처리 계획 등 여러 가지 우려와 궁금한 점을 질의했다. 또한 원전 사업의 직간접 영향을 받는 농업과 수산업, 지역 주민에 대한 생계 대책 마련, 주민 의견 수렴에 대한 반영 여부 공개, 고리 3·4호기 계속 운전에 대해 한수원의 안전 관련 자료 주기적 공개 등 다양한 건의와 당부의 말도 이어졌다. 안전한 계속 운전을 위해 소중한 의견을 제시한 모든 주민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해당 사안들에 대해서는 주민 공청회에서 답변한 내용에 더해 향후에도 계속 관심을 갖고, 더욱 철저한 검증과 추가 설명을 할 계획이다.
사실 탄소 중립 시대를 맞아 원전의 계속 운전은 세계적인 추세다. 발전소를 새로 짓는 것보다 이미 안전하게 운영해온 발전소를 계속 가동하는 것이 국가 에너지 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훨씬 경제적이다. 원전 선진국 대부분이 계속 운전에 요구되는 기술과 관리 능력을 꾸준히 쌓아가며 검증받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전 세계 가동 원전 439기 중 53%인 233기가 계속 운전을 승인받았고, 특히 허가 기간이 만료된 원전 252기 중 92%인 233기가 계속 운전을 진행한 바 있다. 정부에서도 더욱 절실해진 에너지 안보와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원전 비중 상향 조정을 포함한 합리적인 에너지 공급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특히 안전성이 검증되고 경제성이 좋은 계속 운전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에너지 미래를 위해 추진하는 원전 계속 운전 역시 국가적 필요성과 기술적, 경제적 논리에 앞서 전제되어야 할 것은 안전한 발전소 운영을 토대로 한 국민적 신뢰와 지역 주민의 공감, 지지이다. 정부와 발전 업계 모두 '이청득심'의 마음으로 끊임없이 귀를 열고 소통해야 하는 이유이다. 고리원자력본부 역시 이번 공청회를 통해 제시된 계속 운전 안전에 대한 여러 가지 우려와 의견에 대해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는 마음'으로 다시 한번 철저한 점검과 대비를 할 것이다. 그리고 지역 주민, 국민들이 더욱 안심하고 신뢰할 수 있는 안전한 계속 운전을 위해 앞으로도 투명한 정보 공개와 진심 어린 소통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이광훈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