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도 좋지만 살고 봐야지… 살인적 폭염에 비상 걸린 지자체 축제
잼버리대회 온열질환 남 일 아냐
무더위 쉼터·응급의료부스 마련
통영한산대첩축제, 야간행사로
여름 휴가철이 절정기에 접어든 가운데 부산·경남 각 지자체마다 관광객들을 잡기 위해 다양한 축제·문화행사를 개최한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35도 안팎의 폭염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지자체는 온열질환자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3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달 초 부산과 경남은 한낮 기온이 35도 이상 올라가는 찜통더위가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덥고 습한 성질의 아열대 고기압 영향권에 속하면서 낮시간대 폭염은 물론, 야간에도 열대야 현상이 예상된다.
이 때문에 여름 특수를 기대하며 축제나 문화행사를 준비한 지자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부산은 지난 1일 대표 여름 축제인 ‘부산바다축제’가 시작돼 오는 6일까지 열린다. 경남은 현재 ‘거창국제연극제’가 한창인 가운데 ‘진주 M2페스티벌’ ‘통영한산대첩축제’ ‘하동 섬진강문화재첩축제’가 4일 개막하고, 이어 ‘합천예술제’가 5일, ‘사천 삼천포항 자연산 전어축제’가 10일 열릴 예정이다.
바다나 풀장 등 물을 끼고 하거나 실내에서 펼쳐지는 축제는 그나마 낫지만 공원이나 야외 무대에서 진행되는 경우는 온열질환자 발생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실제 현재 전북 부안군에서 열리고 있는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에서 이미 수백여 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특히 개영식의 경우 지난 2일 밤에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80명이 넘는 탈진환자가 나왔다. 개영식이 한창이던 오후 9시쯤까지도 수온계는 27도를 가리키는 등 열대야 현상이 빚어졌다. 결국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잼버리 온열질환자 대책 마련을 긴급 지시했고 3일 현재 일부 야외 프로그램이 중단된 상태다.
축제를 열고 있거나 준비 중인 부산·경남지역 지자체들로선 잼버리 대회 상황이 남 일 같지 않다. 당장 축제 시기를 바꿀 수 없는 만큼, 최대한 온열질환 예방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살인적 폭염’의 영향이 만만치 않다 보니 부산바다축제는 행사장인 다대포해수욕장, 해운대해수욕장에 각각 무더위 쉼터와 응급의료부스를 마련해 혹시 모를 온열질환에 대비하고 있다.
하동 섬진강문화재첩축제는 축제장 옆 하동송림에 휴식처를 만드는 한편, 재첩잡이가 펼쳐지는 모래사장에는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는 텐트를 설치한다. 또 매일 체험객들에게 얼음물 2000개를 지급하며, 특히 행사장 중간 중간에 아이스 컨테이너를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진주 M2페스티벌 역시 입장권 배부 때 관람객 전원에게 부채를 지급하고 행사장 곳곳에 그늘막을 설치하는 등 대부분 축제가 휴식처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모든 프로그램을 야간으로 옮긴 축제도 있다. 통영한산대첩축제는 이번 기회에 아예 ‘야간경제관광 축제’로 변신을 꾀한다. 개막공연부터 축제의 백미인 한산해전 재연, 폐막시까지 9일간 계속되는 일정 중 주요 이벤트를 모두 해가 진 이후에 진행할 방침이다. 사천 삼천포항 자연산 전어축제 역시 낮에는 식당에서 전어 식사만 가능할 뿐 모든 행사를 오후 늦게 열기로 결정했다. 부산 사하구는 이번주부터 ‘다대 바다누리길 플리마켓’의 운영 시간을 오전 11시~오후 8시에서 오후 4시~10시로 변경했다.
경남의 한 축제 관계자는 “잼버리 대회 사례로 인해 축제장 온열질환에 대한 경각심이 굉장히 커진 상태다. 직사광선을 피하기 위한 텐트 설치는 물론, 음식물 식중독 대비와 안전요원 배치 등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