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에 선 중국 경제… ‘일본식 불황’ vs ‘전기차 주도 반등’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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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등 주요 지표 디플레 우려
홍콩 매체 “일본과 유사한 상황”
중, 전기차 주도 위기 극복 자신
부동산 통한 경기 부양 기대감도

중국 경제가 갈림길에 섰다. 중국 산시성의 한 항구. 신화연합뉴스 중국 경제가 갈림길에 섰다. 중국 산시성의 한 항구. 신화연합뉴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중국 경제에 대한 전망이 엇갈린다. 중국 경제가 ‘일본식 침체’의 문턱에 섰다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전기차와 배터리 등을 중심으로 반등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여러 가지 지표는 중국 경제의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으나 일부 하이테크 산업과 서비스 분야는 호황을 누리고 있어서다. 중국 당국은 디플레이션 위기설을 상쇄하기 위해 전기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소비 촉진책을 내놓아 그 결과가 주목된다.

■장기 불황 불안감… 성장 동력 잃었나

최근 중국에서는 일본식 장기 침체를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지난달 17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3%로 1분기의 4.5%는 넘었으나 시장 기대치(7.1∼7.3%)에는 크게 못 미쳤던 것이다.

이는 중국 경제가 ‘위드 코로나’를 계기로 크게 반등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소비, 투자, 지출 등에서 회복세가 더디다는 걸 의미한다. 이 때문에 씨티그룹과 JP모건은 당초 5.5%였던 올해 중국 GDP 성장률 전망치를 5%로 내렸다.

2분기 성장률 발표 이전에도 디플레이션 우려가 팽배했다. 지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0%에 그쳤다. 또 지난 6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2015년 12월(-5.9%)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지난 6월 수출도 전년 동월 대비 12.4% 줄어 2020년 2월 이후 최대 감소 폭을 나타냈다. 중국의 청년 실업률도 지난 6월 사상 최고치인 21.3%를 기록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1일 지방부채 문제로 지방정부 재정이 갈수록 악화하는 상황에서 중국 소비자들이 미래를 위해 소비를 줄이는 것도 과거 일본과 유사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자동차·배터리·서비스 ‘호황’

중국 당국은 현재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보인다. 시진핑 국가주석 주재로 지난달 24일 회의를 개최한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경제 회복이 더디다는 점을 시인하면서도 “전진의 과정”이라고 밝힌 데서 그런 분위기가 역력하다.

중국은 전기자동차·배터리·재생에너지 등 분야가 호황을 누리고 있는 점을 최대한 활용해 이번 경제 위기를 극복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중국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은 이미 세계 최강국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자동차 생산량은 1324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9.3% 늘었다. 또 같은 기간 신에너지차(수소·하이브리드·전기차) 생산량은 378만 8000대로 42.4%, 수출과 내수를 포함한 판매량은 374만 7000대로 44.1% 각각 급증했다.

특히 중국은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58.1% 증가한 106만 9000대의 자동차를 수출, 일본(95만 4000대)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동차 수출국에 올랐다.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분야에서도 중국 업체인 CATL(닝더스다이)과 BYD(비야디)가 세계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전기차와 전자제품 소비를 극대화한 경기 부양책을 펴겠다는 의지를 강조해왔다.

■부동산 대책 기대감 커져

경제 위기로 중국인이 지갑을 닫는 상황에서 부동산 부양 대책 요구는 여전하다. 중국 국민에게 집이 가장 우선적인 자산 투자 대상이라는 점에서 부동산 경기가 살아야 소비도 살 수 있다는 논리가 팽배하다.

외신에 따르면 당 중앙정치국의 지난달 회의에서 2019년 이후 처음으로 인프라 지출의 가속화를 포함한 경기 대응 대책을 약속하면서 부동산 경기 부양책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달 중앙정치국 회의 발표문에 시 주석이 늘 강조하는 “집은 거주하는 곳이지 투기 대상이 아니다”라는 경고성 슬로건이 빠져 그런 기대감을 키웠다. 중국 부동산 시장이 타격을 받은 지는 오래다. 일본식 부동산 버블 현상을 우려하면서 최근 1∼2년 새 대대적인 단속을 펴왔기 때문이다.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가 2021년 말 도산 위기에 처했고, 부동산 개발업체 대부분은 유동성 위기로 신음해왔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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