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전도체 한국서 합성” 진위 놓고 세계 ‘들썩’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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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온 초전도물질 ‘LK-99’ 논문
‘무명’ 퀀텀에너지연구소 공개
해외 기관들 연이어 검증 진행
미 연구소 “초전도 특성 감지”
한국 학회 “초전도체 아니다”
“학술 검토 없이 공개 우려스러워”

한국 연구진이 ‘꿈의 물질’인 상온·상압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둘러싸고 해외 과학계에도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연구진이 ‘꿈의 물질’인 상온·상압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둘러싸고 해외 과학계에도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연구자들이 상온과 상압(대기압)에서도 초전도 현상이 발생하는 초전도체를 합성했다고 발표하면서 전 세계 물리 과학계가 들썩인다. 이를 개발한 곳이 퀀텀에너지연구소라는 거의 무명에 가까운 곳이어서 기존 국내 물리학자들은 처음엔 시큰둥한 모습이었으나 해외에서 일부 초전도 현상이 보인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초전도체는 전기저항이 0으로 ‘꿈의 물질’이라고도 불린다. 전기저항이 없다는 것은 에너지의 손실이 없다는 얘기다. 실제 초전도성이 발현되는 물질이라고 확인되거나 최소한 기존 초전도 물리학의 통념을 깨는 사실이 드러난다면, 과학계에 큰 파장을 부를 전망이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한국도 노벨 물리학상 받아보자”며 애국심에 들뜬 모습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비관적인 시각도 많다.

3일 외신은 초전도체 논란으로 빚어진 다양한 과열 양상을 잇따라 다뤘다. 블룸버그 통신은 “LK-99는 한 세대에 한번 나올법한 과학적 돌파구일 수도 있지만, 큰 실망거리에 그칠지도 모른다”면서 “최근 소란스러움은 세상을 바꿀 새 과학적 발견을 우리가 얼마나 갈망해 왔는지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7월 퀀텀에너지연구소 연구진은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 상온과 대기압 조건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초전도체 물질 ‘LK-99’에 관한 논문을 공개했다. 그러나 연구진 중 한 명이 다른 사람 허락 없이 무단으로 공개했다는 소식 등이 전해지며 신뢰성에 의문을 품게 했다. 이후 실제로 초전도 현상이 나타나는지 검증하겠다는 해외기관들이 여러 곳 나타났다. 지금까지 나온 소식들은 엇갈린다. 이 가운데 주목되는 것은 미 에너지부 산하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 소속 연구진이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LK-99에서 초전도체 특성이 감지됐다는 내용을 소개한 것. 비록 컴퓨터 시뮬레이션이지만 연구소의 위상을 감안하면 무시할 수도 없다.

반면 트위터나 일부 연구진 사이에서는 연구 내용이 제대로 된 검증을 거치지 않은 점, 초전도성 발현이 매우 어렵다는 점을 들어 여전히 비판적인 시각을 보인다. 실제로 국내 초전도체 전문가들로 구성된 한국초전도저온학회는 3일 해당 연구소에서 주장한 물질 LK-99를 상온 초전도체가 아닌 것으로 결론 내렸다. 학회는 "초전도체의 특징인 마이스너 효과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연일 폭등하던 관련 테마주가 이날 시간외거래에서 일제히 급락했다.

최경달 초전도저온학회장(한국공학대 교수)은 “상온 초전도가 검증되면 과학분야에 획기적 연구 결과겠지만, 학술적 검토를 거치지 않고 공개돼 경제·사회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은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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