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동의과학대 만학도 정명희 씨 “도전에는 나이가 없어… 배운 것 나누며 여생 보낼 것”
66세로 한방약재과 입학 인생 2막
부산 유일 학과… 학생 평균 64세
“한방 약재 활용 카페 창업이 꿈”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기엔 늦은 나이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도전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지금 저의 모습, 대학 캠퍼스에서 청춘 같은 새로운 삶을 찾지 못했을 것입니다.”
동의과학대학교 한방약재과에 재학 중인 정명희(67) 씨는 만학도의 길을 걸으며 배움의 열정으로 노년을 불태우고 있다.
정 씨는 “집안 대대로 질병에 걸린 사람이 많았다. 어렸을 때부터 면역력이 약해 잔병치레를 많이 했다”며 “그러다 어느 순간 스스로 병을 이겨내자는 생각이 가슴 속 깊이 파고들었고, 그렇게 한약, 약초 등을 찾아 산과 들을 다니다가 부산에 한방약재과가 있다는 지인들의 말을 듣고 지난해 동의과학대에 입학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동의과학대 한방약재과는 한약재와 한방 보건 분야를 공부하는 부산 유일의 대학 학과이다. 한양방의 협업과 융합 및 바이오헬스 산업 전반에 대한 교육을 기본으로 하며 서금요법, 경락요법, 뜸·부항요법 등의 대체요법으로 학과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 약용식물 치유농업, 항노화 식사요법, 한방체질학 등 힐링 분야 교과목을 체계적으로 접목한 실무 특화 교육 과정이 운영되고 있다.
정 씨는 “한방약재과 학생들의 전체 평균 나이 64세이다. 최연소 20세부터 최고령 80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들이 학업에 매진하고 있다”며 “20대 청년만큼이나, 혹은 그들보다도 더한 열정으로 끊임없이 도전하며 인생 2막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00세 시대인 지금, 대학은 더 이상 젊은이들의 전유물이 아닌 것 같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며 평균 수명 증가에 따른 인구 고령화가 대학에 오히려 새바람을 일으킬 정도”라고 덧붙였다.
정 씨는 한방약재과 입학 후 한방약차 제조 실습, 약선 음식, 본초학 등 정통 한약 관련 교과목과 한약을 활용한 한방 제품 개발 등 힐링 분야 실무 특화 교육 과정을 열심히 배우고 있다.
“100세 시대에 최적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많이 공부할 수 있어 가슴이 벅찹니다. 같은 만학도들과 건강에 좋은 약재와 관련된 얘기를 나누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갑니다. 정규 수업 외에 동기생들과 각종 모임을 갖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캠퍼스 생활이 너무 만족스러워요.”
정 씨는 또래 만학도들과 학교 생활을 하다 보니 단점보다는 오히려 장점이 더 많다고 한다. 각자 한약재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지만 개개인의 삶에서 녹여온 지식을 공유하며 인생의 또 다른 의미와 보람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약재를 달여 주위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차를 권할 정도로 ‘약차 마니아’가 됐다.
그는 “인생 후반기에 만난 동기들과 평생 학습을 통해 유대 관계를 돈독히 하고 싶고,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향후 노인들이 행복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한방 약재를 이용한 카페를 창업하는 것이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정 씨는 이어 “늦지는 않았을까? 망설이고 있는 분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무조건 도전하라고 말해 주고 싶다. 대학 생활의 경험 덕분에 내 인생에 대해 자부심과 긍지를 갖게 됐다”면서 “대학에서 배운 다양한 지식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며 의미 있는 여생을 보내고 싶다”고 다짐했다.
변현철 기자 byunh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