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시마 조선통신사 행렬, 4년 만에 한일 함께 걸었다 [2023 조선통신사]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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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선 ‘13차 항해’ 입항
일본 이즈하라항 축제 행렬 재현
“꼭 한 번 봐야 할 역사적 현장”

지난해 4월 개관 쓰시마박물관
국서 교환식 세리머니도 열려

6일 오후 일본 쓰시마에서 열린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 모습. 부산문화재단 제공 6일 오후 일본 쓰시마에서 열린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 모습. 부산문화재단 제공

일본 쓰시마 이즈하라항 축제의 메인 행사로 자리 잡은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이 6일 오후 쓰시마 시내 일대에서 성대하게 펼쳐졌다. 한동안 경색 국면에 들었다가 최근 개선 조짐을 보이는 한일 관계를 반영하듯 4년 만에 쓰시마를 찾은 100여 명의 한국 방문단도 일본 측 조선통신사행렬진흥회 일행을 따라 함께 걷는 등 ‘성신교린(誠信交隣·성실과 믿음으로 사귄다)’의 정신을 되새겼다.

특히 올해는 212년 만에 대한해협을 건너 ‘13차 항해’에 나선 조선통신사선(재현선)이 지난 3일 일본 쓰시마 이즈하라항에 무사히 입항함에 따라 3사(정사·부사·종사관) 역을 맡은 이들이 정박 중인 배에서 내리는 장면부터 행렬을 재현할 수 있었다.

조선통신사 행렬 시작은 오후 3시 30분이었지만 쓰시마 시민들로 꾸려진 행렬단은 오후 1시께부터 쓰시마교류센터에 모여 각종 의상을 갖춰 입고 분장을 하는 등으로 만반의 준비를 했다. 이후 조선통신사선이 정박 중인 부두로 이동해 각자 역할에 맞춰 도열하고 있다가 부산태극취타대가 연주하는 ‘무령지곡’에 맞춰 3사가 배에서 내리자 구경 나온 시민들과 함께 환영했다.

6일 오후 일본 쓰시마에서 열린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 출발에 앞서 조선통신사선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한국 측 참가자인 부산 춤패 배김새와 남산놀이마당 단원들. 부산문화재단 제공 6일 오후 일본 쓰시마에서 열린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 출발에 앞서 조선통신사선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한국 측 참가자인 부산 춤패 배김새와 남산놀이마당 단원들. 부산문화재단 제공

행렬은 배가 정박 중인 대주해운 앞 부두에서 출발해 이즈하라 시내의 사노야바시~킨세이칸 호텔~하치만구신사~티아라몰~카네이시성~쓰시마박물관까지 총 1.8km 구간을 걸었다. 일본 측 쓰시마번주와 아메노모리 호슈 역할을 맡은 이들이 말을 탄 채 무사들과 함께 선도에서 안내하고, 그 뒤를 ‘국서 가마’, 부산태극취타대, 우리 측 정사, 부산 춤패 배김새·남산놀이마당 단원들, 그리고 부사, 종사관, 일본 시민들이 따랐다. 한낮이 지난 오후라고 해도 기온이 30여 도에 이르러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주르르 흘렀지만 행렬 참가자들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시민들은 행렬이 지나가는 연도에 나와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하거나 손뼉을 치면서 응원했다.

6일 오후 일본 쓰시마에서 열린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 참가자. 오른쪽이 하시모토 마이카 씨. 부산문화재단 제공 6일 오후 일본 쓰시마에서 열린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 참가자. 오른쪽이 하시모토 마이카 씨. 부산문화재단 제공

도쿄에서 이즈하라항 축제 조선통신사 행렬과 덕혜옹주 관련 유적을 보기 위해 일부러 왔다는 마쓰다 미쓰에(71) 씨 부부는 “일본 사람이라면 꼭 한 번은 쓰시마에 와서 이런 역사적인 현장을 봐야 할 텐데…”라며 본인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역시 도쿄에서 2박 3일 휴가를 내서 회사 동료 8명과 행렬까지 참가한 하시모토 마이카 씨는 “엄마의 나라 한국과 아빠의 나라 일본이 서로 사이좋게 지낸 흔적인 조선통신사 행렬에 참가하게 돼 신기하다”면서 즐거워했다. 마이카 씨 일행은 조선통신사행렬진흥회에서 제공하는 한복까지 곱게 차려입고 함께했다.

6일 오후 일본 쓰시마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을 마친 뒤 쓰시마박물관에서 열린 '국서 교환식' 모습. 부산문화재단 제공 6일 오후 일본 쓰시마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을 마친 뒤 쓰시마박물관에서 열린 '국서 교환식' 모습. 부산문화재단 제공
6일 오후 일본 쓰시마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을 마친 뒤 쓰시마박물관에서 열린 '국서 교환식' 주인공들. 부산문화재단 제공 6일 오후 일본 쓰시마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을 마친 뒤 쓰시마박물관에서 열린 '국서 교환식' 주인공들. 부산문화재단 제공

행렬의 종착지는 지난해 4월 개관한 쓰시마박물관. 이곳에서 한일 양국을 대표하는 정사 역의 정재정 서울시립대 명예교수와 쓰시마번주 역의 하쓰무라 큐조 쓰시마시의회 의장이 대표로 국서 교환식 세리머니를 펼쳤다. 국서에서 정 정사는 “올해는 조선통신사 일행이 212년 만에 재현한 조선통신사선과 함께 입항해 기념비적인 행사가 되었다”며 “성신교린의 정신을 바탕으로 한 조선통신사의 가치를 한일 양국을 넘어 전 세계로 발신하고 미래세대에 계승해 나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5일 오후 일본 쓰시마시 이즈하라항 대주해운 옆 부두에 정박 중인 조선통신사선에서 쓰시마 시민을 위한 특별 공연이 열리고 있다. 조선통신사선 '선상 박물관'은 5~6일 이틀 동안 회당 70명씩 총 3회에 걸쳐 210명의 쓰시마 시민을 초청했다. 부산문화재단 제공 5일 오후 일본 쓰시마시 이즈하라항 대주해운 옆 부두에 정박 중인 조선통신사선에서 쓰시마 시민을 위한 특별 공연이 열리고 있다. 조선통신사선 '선상 박물관'은 5~6일 이틀 동안 회당 70명씩 총 3회에 걸쳐 210명의 쓰시마 시민을 초청했다. 부산문화재단 제공
지난 4일 오후 일본 쓰시마시 이즈하라항 대주해운 앞 부두에서 열린 조선통신사선 입항 세리머니 도중 히타카쓰 나오키(왼쪽에서 세 번째) 쓰시마시장이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홍순재(왼쪽에서 두 번째) 학예연구사에게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부산문화재단 제공 지난 4일 오후 일본 쓰시마시 이즈하라항 대주해운 앞 부두에서 열린 조선통신사선 입항 세리머니 도중 히타카쓰 나오키(왼쪽에서 세 번째) 쓰시마시장이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홍순재(왼쪽에서 두 번째) 학예연구사에게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부산문화재단 제공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에 앞서 조선통신사선은 5일과 6일 이틀 동안 현지에서 ‘선상 박물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한일 문화교류에 나섰다. 모두 세 차례에 걸쳐 회당 70명씩 추첨제로 선발한 210명의 쓰시마 시민을 조선통신사선으로 초대해 조선통신사선 해설, 선상 전통 공연 등 문화 체험 행사를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특히 6일 오전 3회 차 특별 공연 때는 일본인 참가자들의 적극적인 앙코르 요청으로 40분 공연이 1시간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이날 공연을 이끈 김상헌 부산태극취타대 단장은 “한국과 일본 공연 문화가 상당히 다른 편인데 다소 조용한 편인 일본인들에게 이번 공연 취지를 설명한 뒤 관객과 함께 어우러지는 것이라고 유도했더니 나중에는 박수를 치고, 고함도 지르면서 앙코르까지 요청해 응하게 됐다”고 감격을 전했다.

6일 오후 일본 쓰시마에서 열린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을 총괄 진행한 스야마 소우타로 조선통신사행렬진흥회 회장이자 쓰시마 시의원. 부산문화재단 제공 6일 오후 일본 쓰시마에서 열린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을 총괄 진행한 스야마 소우타로 조선통신사행렬진흥회 회장이자 쓰시마 시의원. 부산문화재단 제공

이날 전체 행렬을 진두지휘한 조선통신사행렬진흥회 스야마 소우타로(쓰시마 시의원) 회장은 “5월부터 행사를 준비했고, 행사 내용은 크게 달라진 게 없지만 마음가짐만은 분명 달랐다”며 “이것은 아마도 4년 만에 한국에서도 함께한 행렬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마도 불상 문제 등으로 한일 관계가 소원해지거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약간의 부침이 있긴 하지만 한일 양국이 가치 있게 생각하는 일인 만큼 잘 계승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즈하라항축제진흥회 하리마 다카노리 회장. 김은영 선임기자 이즈하라항축제진흥회 하리마 다카노리 회장. 김은영 선임기자

이즈하라항축제진흥회 하리마 다카노리 회장도 “축제 조직은 쓰시마 상공인이 주축인데, 개인적으론 쓰시마에서 태어났고 대학 진학을 위해 후쿠오카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와 지금까지 잘 살게 해 준 곳이어서 어떤 식으로든 지역에 봉사하고 싶은 마음에 25년째 관여한다”며 “고령화 저출생 시대에 이런 공동체가 함께할 수 있는 축제가 있다는 게 좋고, 한국에서도 일부러 참석해 줘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마쓰바라 가즈유키 NPO법인조선통신사연지연락협의회 이사장. 김은영 선임기자 마쓰바라 가즈유키 NPO법인조선통신사연지연락협의회 이사장. 김은영 선임기자

조선통신사선이 정박할 부두를 제공한 마쓰바라 가즈유키 NPO법인조선통신사연지연락협의회 이사장은 “조선통신사선 13차 항해야말로 212년 전 당시 역사를 현재로 불러냈다고 해도 좋을 만큼 역사적으로도 한일 관계에서도 획기적인 일”이라면서 “앞으로 21세기를 책임질 청소년이나 대학생들을 태워서 각 지역의 학생들과 우호 교류를 만들어 가는 추억을 만들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부산문화재단 이미연(오른쪽) 대표이사와 마치다 카즈토 쓰시마조선통신사역사관 관장은 5일 밤 일본 쓰시마시 시마모토에서 열린 조선통신사역사관 업무 협약을 체결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읶다. 부산문화재단 이미연(오른쪽) 대표이사와 마치다 카즈토 쓰시마조선통신사역사관 관장은 5일 밤 일본 쓰시마시 시마모토에서 열린 조선통신사역사관 업무 협약을 체결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읶다.

부산문화재단 이미연 대표이사도 “4년 만의 행사 개최에 많은 분이 애써 주셔서 감사드리고 한일 평화와 연대를 위한 조선통신사의 가치를 확산하기 위해 앞으로 양국의 미래세대가 다양하게 교류하고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마무리했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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