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우주 차양막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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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와 태양 사이에 거대한 차양막(햇빛 가림막)을 설치하자. 태양 에너지 일부를 차단하면 지구를 식히는 데 도움이 된다.’ 최근 미국 국립과학원 학술지에 게재된 연구물의 요지다. 아닌 게 아니라 정말 뭐라도 해야 할 판이다. 더워도 너무 덥다. 지구촌 곳곳에서 수은주가 섭씨 50도를 가리킨다. 북반구와 정반대인 남미는 지금 겨울이 사라졌다고 한다. 칠레 산간도시 비쿠냐의 최고 기온이 1일 기준으로 38.7도를 기록했다.

기후위기가 극단으로 치닫는 지구를 구하기 위해 숱한 과학자들이 태양 에너지 차단을 연구해 왔다. 대표적인 분야가 ‘태양지구공학’이다. 2006년, 성층권에 미세입자를 뿌려 햇빛을 반사시키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화산 폭발 때 분출하는 이산화황 입자들이 대기에서 햇빛을 차단하는 데서 착안한 이론이다. 그밖에도 특정 지역의 구름 색깔을 온통 밝고 하얗게 만들어 햇빛 반사율을 높이는 방법, 해양에 탄산염을 투입해 이산화탄소 흡수율을 올리는 방법 등도 거론됐다. 하지만 지구 생태계에 대한 악영향 우려 때문에 선뜻 진행할 수 없는 게 대부분이다.

우주 차양막 아이디어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구와 태양 사이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라그랑주점에 가림막을 설치하자는 방안이 나온 게 1989년이다. 이후 현실적으로 구현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 작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과학자들이 진전된 방안을 내놨다. 얇은 막으로 된 실리콘 거품 구조, 그러니까 ‘기포 뗏목’을 띄워 햇빛을 반사시킨다는 내용이다. 대략 브라질 크기의 기포 뗏목이라면 지구로 오는 태양 복사 에너지 2%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이 정도면 지구 대기의 이산화탄소 온실효과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서 우주 차양막 이론은 다시 주목받는다. 그동안 가장 문제가 됐던 게 차양막 무게였다. 이번에 나온 해결책은 작은 방패를 만들어 차양막을 소행성 같은 무거운 균형추에 묶어 고정하는 것으로, 그렇게 되면 그 무게를 한결 덜 수 있게 된다. 연구진은 이게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과학자들의 다급한 아이디어는 커지는 지구 위기를 방증한다. 하지만 태양지구공학은 시간을 벌기 위한 임시방편일 뿐이다. 근본적 처방은 지구 온난화를 야기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있다.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는 방향으로 가선 안 된다. 그래서 참 어렵고도 두려운 숙제인 것이다. 인간이 자초한 일이라서 더욱 그렇다.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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