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리포트] BBC “좋은 경험 될 줄 알았는데 서바이벌 미션으로 전락”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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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들, 새만금 잼버리 파행 우려
참가자·가족 인터뷰해 원인 분석
일부 매체는 별도 제보 코너 마련
준비 단계서 부실 예견된 ‘인재’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장 전경. 연합뉴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장 전경. 연합뉴스

“아이의 꿈이 악몽으로 변했다.” 주요 외신은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사태를 이렇게 표현했다. 폭염 속에 수많은 온열질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나 준비나 대처가 부실해 행사 자체가 파행 국면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다. 외신들은 참가자와 그들의 가족 인터뷰를 통해 현장 분위기를 전달하면서 행사장의 문제도 상세히 분석했다. 또 자사 홈페이지에 새만금 잼버리 제보 코너를 개설한 외신들도 나왔다. 일부는 잼버리 강행 소식에 우려를 표하며 한국의 대책 등을 주요 기사로 다뤘다.

■“서바이벌 미션으로 변해… 악몽”

BBC방송, 스카이뉴스 등 단일 국가로는 가장 많은 청소년을 파견한 영국 매체들은 잼버리 사태에 특히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들 매체는 참가자 등의 인터뷰를 통해 폭염, 비위생적인 환경, 부실한 보건 시설 등을 주요 문제로 꼽았다.

BBC방송은 지난 4일(현지 시간) 영국 스카우트의 새만금 철수 소식을 전한 기사에서 이곳으로 딸을 보낸 영국 잉글랜드 동북부 여성의 인터뷰 내용을 실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여성은 “딸에게 좋은 인생의 경험이 될 줄 알았는데 결국 서바이벌 미션으로 변했다”면서 “딸도 더우리라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에 응한 다른 부모들도 “아이들로부터 ‘병원이 꽉 차 밖에서 진료를 받아야 했다’는 말을 들었다. 또 상황이 너무 안 좋아 딸을 귀국시켰다면서 자신들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자녀의 안녕”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5일 새만금 잼버리 관련 기사에서 미국 버지니아주의 크리스틴 세이어스는 “6500달러(850만 2000원)를 들여 잼버리에 참가하겠다는 17세 아들 코리의 꿈은 ‘악몽’으로 바뀌었다”며 “그는 그 돈이 얼마나 많은지, 그를 보내기 위해 가족이 치른 희생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그 돈으로 다른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5일 ‘폭염에 수백 명이 온열질환을 앓자 영국 스카우트는 잼버리에서 대피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간척지인 새만금 야영장에서 참가자 600명 이상이 더위에 탈진하자 영국 스카우트 부모들은 주최 측을 비난했다”며 “영국인 부모들은 자녀들이 아침 이른 시간부터 텐트도 없고 음식도 부실하고 화장실도 더럽고 무엇보다 모기가 들끓는 들판에 갇혀있다고 불평했다”고 전했다. 이어 한 참여자는 텔레그래프의 기사에서 “폭염 관련 대책은 절대적으로 부족했으나 많은 사람들이 쉬쉬하도록 압력을 받는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5일 행사에 참여한 스카우트 지도자 인터뷰를 통해 “어린이 30명으로 구성된 팀에 품질이 떨어지는 작은 물병이 제공됐다. (주최 측은) 우리에게 1시간마다 물 1L를 마시라고 했지만 3분의 1은 병이 깨져 물이 샜다”고 보도했다. 그는 서울로 떠나기 전 땡볕 아래 1시간 이상 기다리던 중 아이 몇 명이 기절했으나 다행히 건강을 회복했다고도 주장했다.

■폭염 속 행사 강행에 우려

영국 가디언 등 일부 매체는 자사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잼버리 관련 제보를 받는 별도 코너를 개설했다. 가디언 제보 코너는 ‘한국에서 열린 잼버리에 대한 당신의 경험을 말해달라’는 제목 아래 이름과 나이, 거주지, 잼버리에서의 역할이나 경험과 함께 사진도 올릴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BBC방송 역시 트위터나 와츠앱 등을 통해 잼버리 참여자 또는 가족들의 제보를 받고 있다.

일부 외신은 주최 측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행사를 강행한다는 점에 큰 우려를 표했다. 미국 유력 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WP)는 5일 ‘폭염 속에서 수천 명의 십대들이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에서 대피’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세계스카우트운동기구는 폭염 위험에 경고하며 한국 측에 행사를 중단하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주최 측은 폭염 극복을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며 행사를 강행하기로 했다”고 전하며 한국은 이번 주 기온이 38도 이상 올라 4년 만에 처음으로 최고 수준의 폭염 경보가 내려진 상황이어서 여전히 참가자들이 힘들어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의 대응에도 주목했다. WP 기사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현장 위생 작업자와 의사의 수를 늘렸고 또 행사 주최 측을 지원하기 위해 군대를 배치했다고 밝혔다. 또 한국 정부는 이 행사에 700만 달러 이상의 추가 재정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AP통신은 행사 준비 단계에서부터 폭염 등 다양한 문제가 거론된 점을 지적하며 ‘예견된 인재’라는 점에 무게를 뒀다. AP통신은 5일 ‘수천 명이 일찍 행사장을 떠나면서 한국은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는 기사에서 “행사 시작 전부터 전문가들은 새만금 야영지에서 세계 잼버리를 개최하는 것을 걱정했다. 그들은 이곳에 그늘이 없고 폭염 대비책도 부족해 다양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며 “미국 등 일부 국가와 참가자들은 행사 관리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며 매우 화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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