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 ‘여름 휴가 징크스’ 윤 대통령도 못 피했다
2일부터 6박 7일 거제 저도 휴가
잼버리 대회 파행 대응으로 부심
흉기난동까지 겹쳐 무늬만 휴식
PK 민심 탐방 일정 소화도 강행
6박 7일간의 여름 휴가를 떠난 윤석열 대통령이 연이어 터져나오는 대형 이슈들로 ‘휴가 아닌 휴가’를 보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부터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대통령 휴양지인 경남 거제 저도에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폭염 속에서 개막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가 일부 참가국의 조기 철수로 파행을 겪고, 경기 성남 분당 흉기 난동 사건으로 치안 불안이 커지면서 쉴 틈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잼버리 대회에서 폭염에 따른 온열 환자가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고 “스카우트 학생들이 잠시라도 시원하게 쉴 수 있는 냉방 대형버스와 찬 생수를 공급할 수 있는 냉장·냉동 탑차를 무제한 공급하라”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이어 오후에는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임시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잼버리 대회 지원 예비비 69억 원 지출안을 전자결재로 재가했다.
윤 대통령은 같은 날 분당 흉기 난동 사건과 관련해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은 무고한 시민에 대한 테러”라며 “국민이 불안하지 않도록 정부는 경찰력을 총동원해 초강경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하루 동안 모두 5개의 서면 브리핑과 공지문을 쏟아내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는 ‘대통령이 휴가를 가긴 갔느냐’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일 정부 총력 대응으로 잼버리 대회가 다소나마 안정을 찾아간다는 한 총리의 유선 보고를 받고 “한국의 산업과 문화, 역사와 자연을 볼 수 있는 관광 프로그램을 긴급 추가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서울, 평창, 경주, 부산 등 시·도에 협조를 요청해 관광 프로그램을 신청하는 모든 스카우트 학생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라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6일에도 “잼버리 현장에서 무더위 위생관리에 만전을 기하라”면서 “특히 식중독 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각별하게 살펴달라”고 했다. 또 오세훈 서울시장,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서울과 평택 등에 머물고 있는 스카우트 학생들이 안전하고 유익한 영외 문화체험을 할 수 있도록 챙겨달라고 했다.
역대 대통령들도 여름휴가 동안 온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였던 2017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로 군 휴양시설에서 휴가를 보냈다. 2019년에는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와 러시아의 독도 영공 침범 등으로 휴가를 취소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년에는 세월호 참사에 따른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2015년에는 메르스 사태와 사드 배치 논란 등으로 청와대 경내에서 휴가를 보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오전 경남 진해 해군기지 내 군항을 둘러보고, 이튿날에는 거제 고현종합시장을 찾아 농어·도다리 등 국내산 수산물을 구입하면서 지역민들과 소통했다. 또 부산·울산·경남(PK) 지역의 여당 정치인들과 수시로 통화하면서 지역 민심을 청취하는 등 PK 여론 동향에 귀를 기울였다고 한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