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열질환 사망 70% ‘70대 이상’… 부산 경로당 전면 개방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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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명 중 15명… 주로 논밭서 발생
질환 신고 건수 작년보다 49% ↑
이달 말까지 지역 내 모든 경로당
비회원도 무더위 쉼터 이용 가능

70대 이상 고령층 온열질환자 발생이 늘어나자 부산시가 시내 모든 경로당을 무더위 쉼터로 개방한다. 폭염 경보가 내려진 지난달 31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인근 도로에서 시민들이 지열로 이글거리는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70대 이상 고령층 온열질환자 발생이 늘어나자 부산시가 시내 모든 경로당을 무더위 쉼터로 개방한다. 폭염 경보가 내려진 지난달 31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인근 도로에서 시민들이 지열로 이글거리는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폭염 경보가 ‘경계’ 단계에서 ‘심각’ 단계로 격상되는 역대급 폭염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심상치 않다. 특히 올해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 중 70% 이상이 70대 이상 고령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이미 지난해를 뛰어넘었고,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역대 최악의 폭염이었던 2018년의 기록도 넘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자체도 고령층 온열질환 발생을 막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5일까지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로 신고된 온열질환자 수는 1719명이며, 이중 온열질환으로 추정되는 사망자는 21명이라고 6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9%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온열질환자 1152명, 이중 추정 사망자는 6명이었다.

5일까지 집계된 온열질환자 중 70대 이상 연령층은 전체의 21.2%를 차지했다. 부울경 지역의 온열질환자 수는 부산 59명, 울산 44명(추정 사망자 1명), 경남 148명(추정 사망자 4명)이다.

질병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주(7월 23~8월 2일) 사이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가 15명 발생하는 등 장마가 끝난 이후 급증한 추세를 보인다. 특히 사망자 21명 중 15명이 70대 이상의 고령인 것으로 나타났다.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의 연령을 살펴보면, 40대 1명, 50대 3명, 60대 2명, 70대 4명, 80대 8명, 90대 3명이다. 이 중 11명은 논밭에 있던 중 증상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폭염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면서 역대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된 2018년의 악몽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29일에는 하루 만에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 7명이 발생하기도 했다. 감시가 시작된 2011년 이후 일별 최다 온열질환 사망자 수는 6명(2018년 8월 2일)이었는데, 이 기록을 올해는 더 이른 시기에 갈아 치운 것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2018년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평균 폭염일수는 32.8일로, 그해 5~9월까지 전체 온열질환자 수는 4526명, 추정 사망자 수는 48명이었다.

당분간 폭염이 지속될 것으로 예보된 만큼, 질병청은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특히 고령층의 경우 냉방설비를 갖추지 못하는 등 온열질환에 더욱 취약한 만큼 체계적인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인의 경우 체온 상승과 탈수 증상을 잘 느끼지 못하거나, 기저질환 때문에 약을 복용하는 경우 체온 유지와 땀 배출을 조절하는 능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또 심뇌혈관질환이나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 질환이 있는 경우 증상이 악화할 수 있어, 더위에 오래 노출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더위에 취약한 노약자가 별다른 조치 없이 더위를 참다가 온열질환이 발생하거나 사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무더운 한낮에는 야외 작업, 운동 등 실외 활동을 자제하고, 시간대나 날짜를 조정하거나, 냉방이 가능한 실내 활동으로 전환하는 등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건강수칙을 준수해달라”고 당부했다.

고령층 온열질환 발생 우려를 인지한 부산시는 이달 31일까지 부산지역 모든 경로당을 무더위 쉼터로 전면 개방한다.

시는 지난 4일 대한노인회 부산시연합회 등 경로당 운영 주체와 함께 경로당 전면 개방을 결의했다고 6일 밝혔다. 이에 따라 경로당 회원 여부와 관계 없이 이달 말까지 누구나 자유롭게 기존 843곳의 경로당에서 확대된 2338곳의 경로당을 무더위 쉼터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대한노인회 각 구·군 지회는 경로당 회원 미가입자가 이용에 제한을 받지 않도록 경로당 임원진 등을 철저히 교육하고, 경로당마다 안내문과 현수막 등을 부착하는 등 홍보 활동을 강화할 예정이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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