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예고 글’ 처벌 쉽지 않다 [묻지마 흉기 난동]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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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20대 해군·미성년자 ‘장난 글’ 등
경찰청, 전국 46명 검거 ‘협박죄’ 적용
법조계 “실현 의도 보여야 처벌” 지적
“테러방지법 개정… 작성자 엄벌” 주장도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이 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에서 열린 살인예고글 관련 전국 시도청 수사 부장, 차장 긴급 화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이 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에서 열린 살인예고글 관련 전국 시도청 수사 부장, 차장 긴급 화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에 붙잡힌 살인 예고 글 게시자 대부분이 “장난이었다”고 동기를 밝혔다. 장난삼아 올린 글 때문에 국민 불안이 고조됐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살인 예고 글에 협박죄를 적용하거나 테러방지법을 개정해 예비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불특정 다수에 대한 위협 글 게재가 실제 처벌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경찰청은 6일 낮 12시까지 전국에서 모두 46명의 살인 예고 글 작성자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5일 같은 시각 기준 18명에서 하루 만에 28명 늘었다.

6일 부산 동래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5일 SNS에 ‘8월 6일 서면에서 칼부림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글을 게재한 20대 해군 일병 A 씨가 같은 날 오후 10시 40분께 동래구에서 여자친구와 술을 마시다 경찰에 붙잡혔다. 휴가를 나온 A 씨는 술을 마시다 장난삼아 게시 글을 올렸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앞서 5일 서면역에서 칼부림을 하겠다는 게시 글을 올린 사람은 아직 붙잡히지 않았다.

지난 4일 오후 5시 30분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부산 해운대구에서 칼부림을 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한 미성년자 B 군도 자택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은 B 군이 장난삼아 글을 쓴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적으로 살인 예고 게시 글을 올린 미성년자가 검거되는 사례가 잇따르는데, 대부분은 경찰에서 장난삼아 글을 썼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글이 게재되는 대로 즉각 게시자를 추적한다. 장난삼아 쓴 살인 예고 게시 글이 우후죽순 올라와 수사력 낭비 우려도 크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5일 서울 잠실역에서 특별치안활동 현장 점검 후 “무책임한 살인 예고 글 작성을 이제 좀 자제해 주기를 진심으로 부탁하고 경고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글로 인해 얼마나 많은 국민이 우려하고 경찰력도 낭비되고 있느냐”며 “사회적 손실”이라고 꼬집었다.

경찰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올라온 살인 예고 게시 글 작성자에게 협박죄를 적용할 방침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현행법상 게시 글 작성자가 협박 내용을 실현하겠다는 의도를 보여야 법적 처벌이 가능하다며 협박죄 적용이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신 범행 대상과 장소를 특정해 범죄 예고 글을 올리는 경우 살인예비음모죄 등으로 처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장소, 대상이 매우 구체적이어야 한다.

2009년 대법원은 살인예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살인죄를 범할 목적 외에도 살인 준비에 관한 고의, 나아가 실행 착수까지에 이르지 않는 살인죄의 실현을 위한 준비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준비행위는 물적인 것에 한정되지 않지만, 단순히 범행 의사나 계획만으로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한 법률 전문가는 “살인을 포함한 일부 강력 범죄는 준비 단계부터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며 “장소와 대상을 특정해 살인을 예고하면 살인 준비 단계까지 간 것으로 보고 범행 전이라도 법령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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