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생활임금 조례 개정 무효’ 소송 패소
대법 “시장 권한 침해 없어”
인사권 침해도 받아들이지 않아
부산시가 시의회 주도로 의결한 ‘부산시 생활임금조례’ 개정안이 무효라며 대법원에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부산시장이 부산시의회를 상대로 낸 조례안 재의결 무효 확인 소송을 지난달 13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시의회는 지난해 3월23일 ‘부산광역시 생활임금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의결했다. 개정 조례안은 시장이 생활임금 적용 대상이 되는 전 직원의 호봉을 다시 산정해 생활임금을 반영하도록 했다. 생활임금 도입 효과가 고르게 미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였다.
생활임금 적용 범위에는 시 소속 근로자뿐 아니라 공공기관과 그 자회사 소속 근로자, 시로부터 사무를 위탁받은 기관·단체·업체 근로자까지 포함됐다. 다만 실제 적용 대상은 시장이 생활임금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하도록 정했다.
시장은 조례안이 시장의 권한을 침해한다며 재의를 요구했지만 시의회는 같은 해 6월 조례안을 원안대로 재의결했다.
시는 조례안이 위법해 무효라며 대법원에 소송을 냈다. 지방자치법에 따라 지방의회 의결에 대한 소송 제기는 대법원에 할 수 있고 단심제로 심리한다.
시는 개정 조례안이 시장의 고유권한인 예산안 편성권과 인사권을 침해하며 조례로 정할 수 있는 사항을 초과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시의회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이 조례안은 생활임금 반영 효과가 고르게 미칠 수 있도록 기준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고 구체적인 생활임금 결정이나 임금 상승분의 결정은 여전히 원고(시장)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고 봤다.
인사권 침해 주장에 대해서도 “원고의 권한을 일부 견제하려는 취지일 뿐 임금 결정에 관한 고유권한에 대해 사전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시와 공공 계약을 체결한 업체 소속 근로자 등에 대해 생활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사무는 주민이 되는 근로자가 시에서의 기본적인 생활 여건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주민복지에 관한 사업”이라며 조례안의 효력을 인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생활임금 지급에 관한 조례가 지방자치단체장의 고유권한을 침해하는지 여부, 상위 법령을 위반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최초로 판단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