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 속 빈곤’ 에어부산, 창사 후 최고 실적에도 허리띠 졸라맸다
일본 노선 덕 2분기 매출도 역대급
아시아나 채권단 관리에 발목 잡혀
5년째 임금 동결·직원 줄줄이 이직
부산의 거점 항공사인 에어부산이 ‘풍요 속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1분기에 창사 이후 최대 매출을 올리고 2분기까지 폭발적인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모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이 산업은행의 채권단 관리를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에어부산은 8일 영업(잠정) 실적 공시를 하고 “2분기 매출 1983억 원과 영업이익 339억 원, 당기순이익 155억 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역대 최대 연매출을 달성했던 2019년의 1분기와 비교해도 영업이익은 517%, 당기순이익은 717% 늘었다. 올해 역대 최대 연매출 기록 경신이 확실해 보인다.
에어부산은 앞서 1분기에는 매출 2131억 원, 영업이익 478억 원, 당기순이익 157억 원을 달성했다. 항공업계는 전통적으로 2분기를 비수기로 간주한다. 그런데도 1분기에 이어 2분기까지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인 셈이다. 특히 일본 노선을 중심으로 한 국제선 노선이 좋은 흐름을 탔다. 상반기 부산발 일본행 노선 평균 탑승률은 90%대다. 2019년과 비교해 90% 수준까지 회복됐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부산과 인천에서 출발하는 일본 노선이 2분기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일본 노선의 회복이 실적 상승에 큰 힘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각종 경영 지표가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 중이지만, 에어부산의 내부 사정은 그렇게 밝지만은 않다. 에어부산에서 최근 4년간 퇴사한 인원은 350명을 넘는다. 코로나19 이전 1454명이었던 직원은 지난 3월 1247명으로 207명이나 줄었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에는 항공업계 전체가 휘청이며 퇴사자가 속출했다. 그러나 엔데믹 이후 티웨이나 진에어 등 경쟁 LCC는 임금을 10% 이상 올리며 경쟁적으로 인력 확보에 나섰지만, 에어부산은 아시아나의 채권단 관리에 발목을 붙잡혀 임금 동결이 5년째 이어졌다.
가뜩이나 모자란 항공 인력은 줄줄이 경쟁사로 넘어간다. 낮은 연차 직원 위주로 수도권 LCC 이직이 이어지자 남은 인원에게 업무 부하가 걸리고 다시 퇴사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중이다. 회사 안팎에서는 "고임금자와 신입 직원만 남아 조직을 지탱해 줄 허리가 없다"는 탄식마저 나온다.
안타까운 건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하고도 임금 인상은 여전히 미지수라는 점이다. 에어부산은 이미 산업은행에 한 차례 임금 인상 의사를 타진했지만 반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과정이 길어진 것도 악재로 작용한다. 합병 전까지 허리띠를 졸라맬 것을 요구하는 채권단 눈치에 중장거리 항공기 도입은 하세월이다. 코로나 팬데믹 전 26대였던 보유 항공기 수는 되레 21대로 줄었다. 신규 항공기 발주부터 인수까지 최소 2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공항 개항에 맞춰 에어부산을 중심으로 중장거리 노선을 확대하고 공항의 체급을 올린다는 부산시의 구상은 점점 희망사항으로 보인다.
부산시의회도 통합LCC 본사 유치가 최우선이지만 불발됐을 때를 대비한 생존 전략이 부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조상진 의원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라는 거대 기업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부산 기업인 에어부산만 합병 전까지 손해 발생을 줄이겠다는 채권단에 볼모로 잡힌 상황”이라며 “통합LCC 본사 유치가 안 된다면 시와 상공계가 나서서 에어부산만이라도 독자 생존할 수 있도록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