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챌린지’처럼 유행하는 살인 예고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검거 절반 10대… 촉법소년 다수
죄의식 못 느껴… “엄정 대응을”

대구 중구 한 시민이 지난 7일 살인 예고를 알려주는 웹사이트에서 실시간 예고 글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 중구 한 시민이 지난 7일 살인 예고를 알려주는 웹사이트에서 실시간 예고 글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에 이어 유사 범행을 암시하는 살인 예고 글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검거된 작성자 중 절반 이상이 10대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사회 혼란을 가중시키는 만큼 처벌을 강화하고 사안을 엄중하게 다뤄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8일 오전 9시 기준 전국에서 살인 협박·예고 글 작성자 누적 검거인원이 모두 67명이라고 밝혔다. 7일 오후 6시 65명에서 15시간 동안 2명 늘었다.

전날까지 검거된 피의자의 52.3%인 34명이 10대 청소년인 것으로 확인됐다.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도 다수 포함됐다. 온라인 살인 예고 글은 지난달 21일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과 지난 3일 분당 흉기 사건을 기점으로 급증하고 있다.


경찰특공대가 지난 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는 모습. 연합뉴스 경찰특공대가 지난 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는 모습. 연합뉴스

경찰이 살인 예고글 작성 자제를 거듭 요청하고 있지만, 10대들 사이에서 여전히 온라인 살인 예고 글 작성이 마치 게임이나 일종의 ‘챌린지’처럼 번지고 있는 실정이다. 검거된 10대들은 대부분 경찰 조사 과정에서 죄의식 없이 단순히 장난삼아서, 또는 관심을 끌기 위해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 살인 예고 글을 올렸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지난 4일 경기 하남 미사역 살인 예고 글을 올린 중학생 A(14) 군은 경찰 조사에서 “사람들이 흉기 난동을 보고 많이 놀라니까, 실제로 사람을 살해할 마음은 없었고 심심해서 장난으로 게시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최종술 교수는 “스트레스와 좌절, 불안감을 느끼는 10·20대들이 자신들이 익숙한 온라인에 분노를 표출하고 관심을 받으려는 경향이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온라인 살인 예고 글이 장난처럼 퍼지면서 사회 불안과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점이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승재현 선임연구위원은 “10대들이 온라인상에서 관심을 받기 위해 살인 예고 글을 잇따라 작성하는데, 이와 같은 잘못된 행동이 ‘나’의 삶에 매우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할 수 있도록 엄정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