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염원 특수학교 이전, 보상금 소송에 눈물
부산 사상공단 내 솔빛학교 이전
내달에서 2026년 1월로 미뤄져
무단 점유 보상금 수십억 원 요구
예정지 내 폐기물업체 어깃장 탓
연내 미착공 땐 투자심사 취소돼
늘어가는 전학생에 학교 한숨만
부산 사상공단의 특수학교로 어려움을 겪어온 부산솔빛학교가 다음 학기부터는 깨끗한 환경에서 수업할 수 있다는 ‘10년의 기대’가 무너졌다. 2020년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이하 중투심) 통과 덕분에 마침내 사업이 본격화됐지만, 이전 대상지의 한 고물상이 이전을 거부하고 거액을 요구하는 바람에 특수학교 학생이 안전한 환경에서 교육받을 권리는 뒷전으로 밀렸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부산시교육청은 8일 "사상구 부산솔빛학교 이전 개교를 당초 목표였던 오는 9월에 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현재 2026년 초로 이전 시기를 추정한다.
2003년 개교한 부산솔빛학교는 사상공단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아 악취, 소음, 분진에 시달려 왔다. 2013년부터 학부모들은 학교 이전을 요구했다. 2017년에는 시교육청 앞에서 백배서원(소원을 정하고 하는 절)을 하거나 침묵시위, 등교 거부 투쟁을 하기도 했다. 2020년 시교육청이 사업비를 모두 부담하기로 한 덕에 이전 사업안이 교육부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해 깨끗한 환경에서 학교에 다닐 길이 열렸지만, 이전 계획 부지에 있는 한 고물상이 보상금 수십억 원을 요구하며 이전을 거부해 난관에 봉착했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고물상 A업체는 학교 이전 대상지 1만 9100㎡ 중 3300㎡를 무단 점유한 상태다. 이 업체는 학교 신축 계획 중 운동장과 학교 건물 일부에 걸쳐 있다. 업체는 부지 소유권이 시교육청으로 넘어간 지난해 10월부터 매달 약 300만 원 상당의 무단점유 변상금을 낸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10월 명도소송을 제기했고, A업체는 손실보상금 증액소송을 지난 2월 제기했다. 두 소송 모두 1심이 진행 중이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12월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심사에 따라 학교부지로 강제수용된 A업체에 시설물과 설비 등 이전비 2억 6000만 원을 지급했다.
문제는 학교 이전이 지연되면 피해를 학생들이 떠안는다는 것이다. 부산솔빛학교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때 대부분 학교가 비대면으로 수업하자 대면수업을 원하는 학생들이 대거 전학을 왔다. 학교 규모는 31개 학급에서 35개 학급으로 늘었다. 이전하면 36학급으로 운영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학교 측은 이전이 원활하게 추진될 줄 알고 교실이 부족한데도 학생을 받았다. 지금은 특별실 등 교내 공간이 부족해 다양한 교육활동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학교 측은 “학급 수, 학생 수 증가로 학생들의 스트레스와 문제행동이 늘고 폭력성이 증가했다. 교사와 특수교육 실무원의 심리적·육체적 고충도 크다”며 “악취, 소음, 분진으로 집중력 저하와 호흡기 건강 위협 등의 어려움을 겪는다”고 호소했다.
학교 이전이 지연되면 사상공단 일대에 추진되는 ‘15분 도시 사업’도 늦어진다. 부산시는 사상공업지역 활성화 시범사업의 하나로 부산솔빛학교 자리에 2024~27년 캠퍼스혁신센터와 공공임대산업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 일대는 옛 삼락중학교 부지에 추진되는 탄성소재연구소, 근로자지원주택과 함께 ‘직장·주거 통합형 콤팩트타운’이라는 이름의 15분 도시로 탄생할 예정이다.
A업체 측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폐업해야 하는 처지라며 폐업에 따른 영업 손실을 보상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A업체 관계자는 “정당한 배상을 해주면 언제든지 비켜줄 수 있다”며 “40년 가까이 이곳에서 영업했다. 부산 시내에는 더이상 재활용 업종을 운영할 만한 장소가 없다. 다른 지역으로 옮겨봐야 장사가 안 될 게 뻔하다. 이전하라는 것은 곧 폐업하라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시교육청은 올해 착공하지 못하면 교육부 중투심 통과가 취소되는 만큼 소송과는 별개로 이미 확보된 부지에서 먼저 착공할 계획이다. 시교육청은 “우선 중투심 취소를 막기 위해 착공하지만 정상적으로 공사하기는 어렵다”며 “소송이 길어질 우려도 있는 상황이다. 학교가 빨리 이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