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난동 모방범죄?… 부산 고교생, 수업 중 학생·교사 위협
7일 남구 교실서 특수학급 학생
흉기 든 가방 들고 앞문에서 난동
학생들 가방 빼앗고 대피 후 신고
학교 2주간 출석정지 조치 내려
범행 예방 위한 교육 필요성 제기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이 흉기를 소지한 채 수업 중 학생, 교사를 위협하는 일이 발생했다. 교실에 있던 동료 학생이 경찰에 해당 학생을 신고했고 학교는 해당 학생에 대해 2주간 출석 정지 조치를 내렸다. 잇따른 ‘흉기 난동’ 범죄에 대한 모방 범죄로 범죄 예방을 위한 학생 교육 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부산시교육청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3시 10분께 부산 남구의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A 군이 수업 종료 10여 분을 남겨두고 교실 앞문으로 가 “아무도 못 나간다”고 소리쳤다. 교사 B 씨와 다른 학생들이 A 군에게 “자리로 돌아가 앉으라“고 했지만, A 군은 교사와 학우들에게 “다 죽일거야”라고 말했다. A 군이 소지한 보조 가방에서는 흉기의 손잡이가 목격됐다. A 군이 문 쪽에서 교실 안쪽으로 움직이자 한 학생이 가방을 빼앗았고 동료 교사 등의 도움으로 A 군은 격리됐다. 해당 수업은 선택교과로 10여 명의 학생이 교실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 군은 특수학급 소속 학생인데 이날은 통합 교과 수업을 받던 중이었다. A 군이 평소 소리를 지르거나 교실을 뛰어다니는 등의 행동을 한 적이 있지만 흉기를 소지하거나 교사, 학생 등을 위협한 전례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교실에는 A 군을 포함한 14명의 학생이 수업을 듣고 있었다. 해당 교사가 학생들을 뒷문으로 대피시키고 침착하게 대응하지 않았더라면 초유의 교실 흉기 난동으로 이어질 뻔한 사고였다. 흉기를 본 학생이 A 군을 제지했고 다른 학생이 이날 오후 5시 30분께 “어떤 학생이 칼을 들고 수업 시간에 위협했다”며 경찰에 신고해 경찰이 학교에 출동했다. 학교 측은 8일 위기관리위원회를 열고 A 군에게 2주간의 출석정지 조치를 내렸다. 학교는 이후 A 군에 대한 교권보호위원회와 학교폭력위원회도 개최하고 특수교육지원센터 상담 등도 진행한다.
시교육청과 경찰은 A 군이 안정을 찾는 대로 A 군에 대한 사실관계 조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흉기를 들고 있었던 이유와 교사, 학생을 위협한 동기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분당 흉기 난동, 대전 고등학교 침입 흉기 난동 사건 등 ‘흉기 난동’ 범죄가 학교 교실에서 모방 범죄로까지 이어지며 범죄 예방을 위한 학교 차원의 교육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6시까지 전국에서 살인 예고 글 194건을 확인해 작성자 65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3명을 구속했는데, 검거된 피의자 가운데 52.3%인 34명이 10대 청소년으로 집계됐다. 이 중에는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살인예고 글이 온라인에 확산되면서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까지 무분별하게 범죄를 따라 하다가 경찰에 적발되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타인을 해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칼부림 예고, 흉기 소지 등을 자극적인 놀이로 받아들이게 됐을 때 문제가 발생한다”며 “단순히 흉기 난동 범죄를 저지르지 말라고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는 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학교가 놀이 활동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연령에 맞춰 체화시키는 교육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8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6일과 8일 신세계백화점 김해점에서 살인을 예고하는 글이 올라와 경찰이 투입되는 일이 있었다. 경남경찰청은 8일 오전 9시 10분께 신세계백화점 김해점에 특공대와 폭발물처리반을 투입했다. 경찰은 1시간 30분가량 주변을 수색했으나, 이상 징후가 없어 철수했다. 김준용·양보원·이경민 기자
jundragon@busan.com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 이경민 기자 min@busan.com